[사설] 경찰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낱낱이 규명하라

입력 2019-11-28 04:01
검찰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주변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경찰 수사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경찰 수사는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줬으나 이후 검찰에서 무혐의로 처리돼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던 사안이었다. 검찰은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이첩한 비위 첩보를 근거로 시작된 정황을 포착,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수사 담당을 최근 변경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해 3월 16일 김 시장 동생의 건설현장 외압 혐의 등을 수사하기 위해 울산시장 비서실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5월에는 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재선에 나섰던 김 시장은 당시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 있었으나 수사의 영향 등으로 낙선했다. 그러나 9개월 뒤인 지난 3월 검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당시 울산경찰청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은 고소·고발된 상태다.

검찰은 경찰이 김 시장에 대한 표적 수사를 통해 선거에 개입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당선된 송철호 현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영남지역에서 인권변호사 활동을 해왔고,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012년 총선 때 송 시장의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황 청장은 2017년 9월과 12월 송 후보를 만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은 민정수석실에서 김 시장 비위 첩보를 이첩한 과정이 적법했는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장 같은 선출직 공무원은 청와대의 감찰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청와대가 경찰의 수사 상황을 보고받거나 소통한 사실이 확인되면 이른바 하명 수사로 볼 수 있고 이는 선거 개입에 해당할 수 있다. 청와대는 “비위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면서 하명 수사임을 부인했다.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공직사회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국기문란 행위다. 경찰 수사 착수 및 진행 과정의 적법성이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낱낱이 규명돼야 하는 이유다. 문제점이 확인된다면 응분의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만에 하나 경찰이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파장이 작지 않다. 경찰의 중립성 시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법안 처리와도 연계된다. 검찰은 이번 사안의 휘발성이 큰 만큼 좌고우면하지 말고 사실 그대로를 밝혀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