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푸틴 달력’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년과 달리 웃통 벗은 모습이 사라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진을 담은 푸틴 달력은 러시아 대통령실 크렘린궁의 승인을 받아 전 세계에 팔리는 기념품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26일(현지시간) 2020년 푸틴 달력 발매 소식을 전하면서 웃통을 벗고 마초적인 남성성을 강조하던 예년과 달리 정장 차림으로 정상 외교에 몰두하는 사진이 주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2019년 달력에는 푸틴 대통령이 웃통을 벗고 남성성을 한껏 과시하는 사진이 3장이나 실렸지만 2020년 달력에는 1장도 없다. 2020년 달력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을 향해 엄지를 치켜든 모습,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환담하는 모습 등 외교 현장의 모습을 주로 담았다.
푸틴 달력은 크렘린궁 승인을 받아 판매돼 대외 선전 활동의 성격이 있다. 2019년 달력이 강하면서도 친근한 국가 지도자의 면모를 강조하는 것이었다면 2020년 달력은 국제사회의 영향력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사태 등에 적극 개입하며 중동에서 중재자로서 입지를 강화했고,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서도 영향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주요 공략 대상은 서방과 대립하거나 관계가 불편해진 전체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이다.
푸틴 대통령의 국제사회 리더십을 부각하는 것은 대외적 이미지 메이킹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내 정치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WP는 평가했다. 푸틴 달력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꽤 팔리는데 2016년 발행된 달력은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