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민간인 사찰’ 폭로 이후 또다시 위기 맞은 靑 민정수석실

입력 2019-11-27 04:06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왼쪽)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유재수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로 향하면서 문재인정부 민정수석실이 출범 이후 두 번째 위기를 맞고 있다. 민정수석실 소속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 폭로 사태에 이어 조국 전 민정수석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에 외압을 행세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민정수석실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민정수석실은 민정비서관실, 반부패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법무비서관실 4개 비서관실로 나뉘어 있다. 대통령 친인척 감찰은 민정비서관실이 맡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청와대 내부 직원 감찰과 주요 공직자 인사검증을 총괄한다. 반부패비서관실은 공직 감찰을, 법무비서관실은 법률안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이 가운데 검찰 출신 박형철 비서관이 이끄는 반부패비서관실이 계속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반부패비서관실 김 전 특감반원이 민정수석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자 청와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고 했다. 이후 내부 조사를 벌여 문제 없다는 결론을 냈다. 그랬던 청와대가 11개월 만에 다시 외압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친인척이나 공직자 인사검증, 내부 직원 감찰을 맡는 다른 비서관실은 외압의 ‘외’자도 끼어들 여지가 없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 되지만 반부패비서관실은 다르다”며 “공직이 많고 관리하는 부처나 인사가 방대해 이해관계가 그만큼 많이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반부패 감찰에 외압 논란이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공정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소신과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감반 폭로 사태 이후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은 공직감찰반으로 이름을 바꿨다. 경찰과 검찰 일색이던 감찰반 구성도 검찰과 경찰 각 4명, 국세청 2명, 감사원 2명으로 세분화했다. 총 21조로 구성된 공직감찰반 업무 내규도 만들었다. 부정한 청탁과 윗선의 부당한 개입을 막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의 자체적인 개편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조직을 확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형철 비서관 등 관련 사안에 연루된 참모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윗선의 감찰 중단 외압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통령을 보좌해 적폐청산에 앞장서 온 민정수석실의 존립 근거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민정수석실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 상황을 일단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