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이 출구를 못 찾은 채 길어지면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자동 부의를 하루 앞둔 26일에도 3당 원내대표는 회동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원내대표들의 협상력 부재, 당내 위태로운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고 야당과 집중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이 ‘패스트트랙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보니 여당 원내대표로서 주도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원내대표 자리에 오른 뒤 야당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 왔다. 민생·개혁 법안 처리 성과도 미진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아무리 야당의 협상 의지가 없다고 해도 여당 원내대표가 국정을 주도하고 원내의 중심이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은 원내 사령탑의 뚜렷한 입법 전략이나 협상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원내대표가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통 큰 정치력을 보여주기보다는 야당을 반개혁 세력으로 규정하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게다가 대표적 386세대인 이 원내대표는 ‘386세대 용퇴론’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이 원내대표는 “일해야 할 사람은 일하는 과정으로 헌신해야 한다”며 용퇴론 확산에 선을 그었지만, 내년 총선에서 험지 출마 등의 요구가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야당 원내대표들 역시 당내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나와 있지만, 당의 대표성이나 전권을 가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음 달 10일 임기가 끝나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장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회의원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일 경우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할 수 있지만, 당내에선 원내대표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패스트트랙 사태로 고발당한 의원에게 표창장을 주거나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힌다. 한국당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의원들이 벌써부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3선의 강석호 의원과 4선의 유기준, 5선의 심재철 의원 등이 후보로 거명된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대표성’ 때문에 존립이 위태롭다. 바른미래당이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 오 원내대표는 비당권파 의원 모임 ‘변화화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를 맡고 있다.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탈당을 전제로 한 변혁 활동이 해당 행위라는 이유로 오 원내대표를 비롯한 변혁 의원 전원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신재희 심우삼 김용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