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도 계속 오르는 집값… 바탕엔 ‘막차 아니다’ 심리

입력 2019-11-27 04:07
사진=최현규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36)는 올여름 경기도 과천의 한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8억원에 샀다. 강화된 청약 기준으로 당첨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집값 상승에 질린 나머지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일단 접고 수도권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분양가 대비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었지만 교통 호재, 강남 접근성 등 미래가치가 충분하다는 계산하에 그는 출퇴근 거리 등 불편함을 감내하는 이른바 ‘몸테크’를 결심했다.

해당 입주권 가격은 10억원에 육박해 몇 달 만에 억대 차익을 남기며 현재까지 성공한 투자가 됐다. 비록 호가지만 일찌감치 10억원을 돌파한 인근 집값을 보며 A씨는 “서울만 노리다간 영영 집을 못 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자녀 학군 등 때문에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는 고민은 남았지만 일단은 옳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고 안도했다.

실거주뿐 아니라 재테크 차원에서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청년층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각종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실거주+투자’ 복합 수요층의 주택 구매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기저에는 ‘이제는 떨어질지 모른다’는 비관적 전망에 앞서 ‘아직 막차는 아닐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이 무색하게 서울 부동산 가격이 23주 연속 오르는 가운데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서울보다 더 높은 가격 상승과 거래량 증가가 관측되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은 1만3895건으로 올해 최저치였던 불과 반년 전(2월·5856건)보다 137% 증가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지난주 아파트 매매가격 조사에서 과천(0.24%)뿐 아니라 성남 분당구(0.53%)와 중원구(0.50%), 수원 영통구(0.36%), 성남 수정구(0.34%) 등은 서울(0.20%)보다 가격 상승이 훨씬 가팔랐다.

전문가들은 이미 너무 올라버린 서울 부동산의 풍선효과와 유동자금의 수도권 확산으로 해당 지역들이 강남과 가격차를 좁히며 ‘갭메우기’에 들어간 형국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 ‘큰손’인 40, 50대가 여전히 정비사업 등 서울 주요지역을 우선 저울질한다면 새로 부상한 30대는 자금 부족 등 다양한 이유에서 수도권으로 시야를 확장해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서울 주택시장 내에서도 청년층 비중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서울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30대가 지난달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차지한 비중은 31.2%로 나타났다. 40대(28.7%)와 50대(19.0%)를 압도하며 시장 내 신주류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일단 숨을 고르는 상황이라면 30대는 ‘더 늦기 전에’라는 일종의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년간 부동산 상승을 지켜보면서 현재 서울·수도권 집값을 ‘거품’으로 보기보다 우상향을 하나의 ‘추세’라고 판단해 주택 매입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 등에서 고수로 통하는 이들의 의견도 청년층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오윤섭 리얼티파트너스투자자문 대표는 26일 자신의 블로그에 “2020년 서울 주택시장은 아직 하락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서울 수도권 실소유자 갈아타기 등은 수도권 미분양이 적정 수준을 웃돌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