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흑사병(페스트) 환자가 발생한 중국 네이멍구 지역 당국이 페스트균을 옮기는 쥐와 벼룩에 대한 대대적인 박멸 작전을 벌이고 있다. 쥐를 잡는 것뿐 아니라 헬기로 방대한 지역의 초원에 쥐약까지 뿌리면서 환경오염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네이멍구 당국은 3명의 페스트 환자가 발생한 시린궈러 지역에서 쥐 잡기와 쥐약 살포, 방역 등 대대적인 페스트 차단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당국은 초원지대에 서식하는 야생 설치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 결과 페스트에 감염된 동물 14마리를 발견했다. 중국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감염된 쥐와 벼룩을 함께 죽이는 게 중요하다”며 “페스트균을 옮기는 벼룩은 감염된 쥐가 죽으면 새로운 숙주를 찾는데, 이 벼룩이 사람을 물면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멍구 당국은 통상적인 방역작업과 감염된 동물 사체를 태우는 것 외에 쥐와 벼룩을 퇴치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지역 공무원과 의료진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매일 쥐·벼룩 퇴치작업을 벌이고 있다. 야생 토끼를 잡아먹고 페스트에 걸린 류모씨 거주지 주변에서는 헬기 17대를 동원한 대규모 쥐약 살포도 이뤄졌다. 당국은 133㎢가 넘는 초원지대에 14만t 이상의 쥐약을 뿌린 것으로 전해졌다. 생태도시 학자인 뤄야멍은 “쥐약 살포는 목축하는 주민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네이멍구 출입국 검역국 관계자는 “페스트는 자연상태에서 늘 존재하며 10년쯤 주기로 설치류 사이에서 유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멍구 기상국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네이멍구 지역 평균 기온은 1961년 이후 네 번째로 높았고, 시린궈러 기온은 상대적으로 1~2.4도 정도 높았다. 또 시린궈러 중부 강수량은 예년보다 20~50% 적어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다. 이 지역 초원의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쥐가 서식하는 데 적당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목초지가 적은데 인구와 기르는 가축 수가 많아 초지 퇴화 현상이 심각하다”며 “사막화된 목초지는 쥐가 번식하는 데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현지 초원에는 쥐구멍이 곳곳에서 발에 밟힐 정도로 쥐 개체 수가 늘어났다. 네이멍구농업대학 우샤오둥 교수는 “올봄 시린궈러 현지를 조사한 결과 평균 쥐구멍 수가 ㏊당 1000개 이상으로 조사됐고, 심각한 지역은 1500개 정도였다”고 말했다. 쥐구멍이 ㏊당 1000개 이상이면 극도로 위해한 상태로 분류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