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을 맞은 2019년이 저물어가는 가운데 한국교회 원로급을 중심으로 성탄절 선언이 준비되고 있다. 복음주의권과 에큐메니컬 진영을 망라해 교회 지도자와 연합기관 사역자 및 역사 전공자 33인이 대표로 초안을 작성했다. 다음 달까지 기독인 1만명 서명을 받는 게 목표다.
선언문 초안의 제목은 ‘3·1혁명 100주년 기념 한국기독교회 선언’이며 ‘자유와 상생과 평화를 위한 성탄절 선언’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초안은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방기한 교회의 자기 고백으로 시작해 분열과 갈등에 대한 죄책을 반성한다. 믿는 이들이 소금과 빛의 공동체로 거듭나게 하려고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3·1운동 100년 이후 한국교회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다짐도 언급한다.
초안자에는 김흥수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박경조 대한성공회 주교, 박종화 국민문화재단 이사장,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서진한 대한기독교서회 사장, 손달익 CBS 이사장,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손인웅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상임대표, 신경하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안재웅 전 아시아교회협의회 총무, 윤경로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사장, 이만열 상지대 이사장, 이문식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대표, 이용호 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총회장, 채수일 경동교회 목사, 허원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여성으로는 한국염 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와 정금교 전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의장이, 청년으로는 남기평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가 이름을 올렸다.
선언문 실무를 맡은 김영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은 2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기독교인이 앞장선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해가 저물고 있는데 진영을 넘어 교회를 대표하는, 앞으로 100년의 과제를 담은 선언문이 없었다는 교계 어른들의 말씀이 있어 성탄절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각 교단과 온라인을 통해 일반 교인들의 동참을 요청하는 한편 서명 결과를 모아 다음 달 17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선언문 초안은 “3·1혁명 정신이 4·19, 5·18, 6월 민주항쟁과 최근의 촛불까지 시대 굽이굽이마다 꽃피어났다”고 언급했다. 한국교회의 다짐으로는 양극화 해소와 동북아 평화 구축, 부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노력 등을 꼽았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