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만 간다… 올림픽 골프대표 ‘서바이벌 전쟁’

입력 2019-11-27 04:04

“올림픽 메달 획득보다 한국 국가대표 자격을 얻는 것이 더 어렵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31)는 지난 7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국가대표의 어려운 관문을 이렇게 설명했다. 너스레가 아니다. 여자골프는 양궁 못지않게 한국의 강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종목이다. 세계 랭킹으로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부여하는 여자골프에서 유독 한국 선수만은 혹독한 자격이 요구된다.

2019시즌 투어 일정을 모두 끝낸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에서 26일(한국시간) 발표된 세계 랭킹은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 경쟁을 시작하는 사실상의 출발선이다.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여자골프의 ‘바늘구멍 전쟁’이 시작됐다.

올림픽 여자골프는 내년 6월 29일을 기준으로 랭킹 15위 안에 진입한 선수 중 국가별로 2명에게 본선 진출권을 부여한다. 다만 한국처럼 톱랭커를 다수 보유한 국가에서는 최대 4명까지 본선에 출전할 수 있다. 세계 랭킹에서 한국 선수 중 상위 네 번째에 해당하는 선수가 ‘커트라인’이 된다.


고진영(24)은 이날 발표된 랭킹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박성현(26)도 2위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그 뒤로 변화가 생겼다. 김세영(26)이 전날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LPGA 투어 시즌 최종전으로 폐막한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정복하고 랭킹을 5계단이나 끌어 올린 6위로 도약했다. 이정은6(23)는 김세영에게 6위를 내주고 9위로 내려갔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은 한국,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호주 등 여러 투어의 최근 2년의 성적을 반영해 집계된다. 아직 유럽 투어 일정이 남았지만, 지금의 순위는 2020시즌 LPGA 투어의 개막 때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순위만 보면, 세계 랭킹 9위가 한국 선수의 올림픽 본선행의 하한선인 셈이다. 지난달 22일만 해도 10위권 안에 있던 박인비가 이정은6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박인비는 이제 한국 선수 5위로 밀려났다. 지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마저 다음 대회를 낙관할 수 없을 만큼 한국의 경쟁은 치열하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주요 부문 타이틀을 싹쓸이한 랭킹 26위 최혜진(20)도 올림픽 본선 출전 희망을 밝히면서 더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LPGA 투어의 다음 시즌은 내년 1월 16일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로 개막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