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재수 비위 무마하고 영전시킨 ‘윗선’ 누구일까

입력 2019-11-27 04:02
금융위원회 국장 때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편의를 봐준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27일 열린다. 법원이 엄정히 판단해 결정하겠지만 구속 여부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유 전 부시장 비위 감찰 무마 의혹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출신인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은 특감반이 2017년 유씨가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제보를 받고 감찰을 진행했으나 청와대 윗선의 지시로 조사가 중단됐다고 지난해 2월 폭로한 바 있다. 공직자의 비위를 감찰해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비위를 알고도 덮었다면 중대한 직무유기이자 권력형 범죄다. 감찰이 진행되던 때는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로 적폐청산 수사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유씨의 혐의에 대해 “경미한 품위 유지 위반 수준이었다”고 말한 바 있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보면 결코 가벼운 수준의 비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유씨는 특감반에서 몇 차례 조사받은 뒤 장기간 병가를 냈고, 유씨를 조사한 특감반원이 비위 내용이 사실이라고 당시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보고했지만 그해 12월 감찰은 중단됐다. 청와대가 금융위에 감찰 사실을 통보했는데도 유씨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이듬해 3월 금융위에 사표를 낸 뒤 다음 달 차관보급인 더불어민주당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옮겼고 그해 7월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임명됐다. 비위 혐의로 청와대 감찰을 받았는데도 징계를 받기는커녕 거듭 영전하며 승승장구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민정수석실 감찰까지 무마시킬 정도로 힘 있는 누군가가 유씨를 단단히 비호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게 당연하다. 유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3년간 청와대에 파견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 현 여권 핵심 인사들과 친분을 맺었다고 한다. 검찰 수사는 이제 청와대의 비위 무마 의혹으로 향하고 있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이 전 특감반장을 조사한 데 이어 조 전 장관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감찰 중단과 ‘징계 없는 금융위 퇴사’ 과정에 누가 개입했는지를 낱낱이 밝혀 내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