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자체들이 각약각색의 캐릭터를 개발해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캐릭터를 ‘띄울’ 기회조차 갖지 못해 난감해 하고 있다. 중구의 ‘울산 큰애기’ 캐릭터는 예산 부족으로 조형물 설치 요청을 소화할 수 없고, 남구의 ‘돈 물고 있는 개’ 캐릭터는 부정적 여론으로 예산을 삭감당해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중구는 2016년 ‘울산 큰애기 관광 브랜드화’ 방안으로 캐릭터를 개발했다. 캐릭터를 명예 공무원으로 임명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관광 홍보대사 역할을 맡겼다. ’울산큰애기’는 주근깨 얼굴에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올해에는 ‘셀카’를 찍는 모습 등 24개의 다양한 형태를 제작해 23개를 원도심에, 1개를 구청 표지석 옆에 설치했다. 초등학교 주변 횡단보도와 전통시장 입구 등에도 20여개 조형물을 설치했다.
울산큰애기는 주민의 호응을 얻어 최근 추가 설치를 요청하는 민원이 10건 이상 접수됐다. 그러나 중구는 내년 울산큰애기 조형물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국비와 시비의 지원을 받았지만 사업이 올해 완료돼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고래 도시’로 알려진 남구는 과거 장생포의 부흥을 상징하기 위해 2016년 ‘돈 물고 있는 개’ 캐릭터를 만들어 특허출원 신청까지 했지만 예산 삭감 등으로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장생포 포경산업이 활발하던 시절 ‘지나가던 개도 만원을 물고 다닐 정도로 부유했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입구에도 조형물이 설치됐다. 남구 관계자는 “공모전 출품 등 남구 상징 캐릭터로 키워보려고 했지만 부정적인 여론 등으로 예산이 삭감돼 중단됐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울산 지자체, 이색 캐릭터 좋은데… ‘예산이 없어서 어쩌나’… 무산 위기
입력 2019-11-27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