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고, 구성원들의 유대의식이 점점 희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발전이 진전되면서 나타나는 개인주의화 경향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현상은 사회적 갈등을 필요 이상으로 증폭시키고 이해관계의 중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방안들을 국가나 개인 모두 고민해야 할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5월 15~30일 전국 1만9000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를 ‘믿을 수 없다’고 보는 비율이 49.1%나 됐다. ‘믿을 수 있다’는 비율이 50.9%로 약간 더 높긴 하지만 구성원의 절반가량이 사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에서 사회를 불신하는 비율이 각각 54.9%, 51.5%로 절반을 넘었다. 다른 연령층은 사회를 믿을 수 있다는 비율이 모두 50%를 웃돌았다. 사회에 대한 신뢰를 묻는 설문은 올해 처음이어서 추이를 볼 수는 없지만, 젊은 층의 경우 취업난과 경제난 등으로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10년이나 20년 후에는 사회 중심이 될 이들의 이반된 마음을 다독이고 감싸 안을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평균 2.9명으로 집계됐다. 2년 전 조사 때보다 0.2명 줄어 사회 구성원들의 고립감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대로라면 한계가정의 동반자살이나 고독사 등의 참담한 광경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지난 1년간 기부를 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2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 경험자 비율은 2011년 36.4%에서 2013년 34.6%, 2015년 29.9%, 2017년 26.7%로 가파르게 줄고 있다. 향후 기부 의향이 있는 사람의 비율도 2013년 48.4%에서 2015년 45.2%, 2017년 41.2%로 줄다가 올해는 39.9%로 떨어졌다. 기부는 사회를 함께 살아간다는 유대의식에서 출발한다. 가뜩이나 선진국에 비해 기부 문화가 성숙되지 못한 우리나라로서는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기부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51.9%로 가장 많았다. ‘기부단체 등을 신뢰할 수 없어서’라는 응답이 14.9%로 2년 전보다 6.0% 포인트 증가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인식이 여전히 기부를 기피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인 셈이다.
[사설] 우리 사회 믿을 수 없다는 응답자가 49%나 된다니
입력 2019-11-2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