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수장들의 임기가 다음 달부터 차례대로 만료되면서 연임 여부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르면 이번 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가동한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5일 은행장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최했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 모두 재임 기간 중 ‘역대 최대’ 경영 실적을 올렸지만 연임 가능성은 모두 제각각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회추위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26일 밝혔다. 회추위는 약 3주에 걸쳐 2~3회 진행된다. 적어도 임기 만료일 두 달 전까지 최종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3일까지다.
회사 안팎에서는 조 회장의 연임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주요 근거는 높은 경영 실적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으로 ‘리딩 뱅크’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아시아신탁을 인수·합병(M&A)하면서 지주사의 비(非)은행 부문을 강화했다.
변수는 ‘법적 리스크’다. 조 회장은 현재 채용비리 혐의로 1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선고는 내년 1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정대로 회추위를 진행하는 것은 지주 측에서 대법원 판결도 아닌 1심 결과가 조 회장 연임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회장 자리 연임도 관심이다. 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고, 은행장 임기는 내년 12월이다. 회추위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손 회장은 적극적 M&A로 지주사 체제를 안착시켰다. 여기에 지주사 재출범 첫 해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찍는 등 좋은 성적표를 거뒀다. 다만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가 ‘변수’다. 금융 당국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분쟁조정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4월 28일까지다. 김 회장도 올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별다른 결격 사유도 없어 연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누가 농협중앙회의 새 회장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지주사 지분을 100% 보유한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지주 회장 선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11일까지로 김 회장 임기 만료 시기보다 앞선다.
NH농협은행의 역대급 실적을 이끈 이대훈 행장은 다음 달 31일에 임기가 끝난다. 시장에선 ‘세 번째 연임’에 더 무게를 싣는다. 행장 임추위는 지난 15일 처음으로 열렸다. 지주 이사회에서 임추위를 마치면 은행 임추위에서 적정성 여부를 따지는 구조다. 연임할 때마다 임기는 1년 추가된다.
다음 달 27일에 임기를 마치는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의 경우 연임 가능성이 낮다. 그동안 연임을 한 은행장은 없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 행장을 선임할 때 금융 당국의 임명 제청을 받아야 한다. ‘투명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선 연임을 결정하기 어렵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