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진실게임’으로 재점화… 한·일 정상회담 발목잡나

입력 2019-11-26 04:05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종료 유예’ 합의를 둘러싼 양국 간 논란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지난 22일 합의와 다른 내용이 일본에서 발표돼 일본 정부가 사과했다는 우리 측 지적에 일본이 “사과하지 않았다”고 공식 반박했기 때문이다. 다만 양측의 감정싸움에도 불구하고 12월 말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간 정상회담은 그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25일 “우리 정부가 지난 22일 일본 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일본의 왜곡 발표에 대해 항의했다”며 “다음 날 일본에서 있었던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일본 측에 같은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일본 측은 자국 경제산업성의 무리한 브리핑에 대해 ‘죄송하다’는 표현을 썼다. 이 표현을 두고 일본이 ‘사죄한 적이 없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 정지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합의와 다르게 발표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사과를 받았다고 밝혔다”며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이 일본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윤 수석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측은 일본에 항의했고 일본은 사과했다”며 “정 실장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 누구도 우리 측에 ‘사실과 다르다’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사과한 적이 없다면 공식 루트를 통해 항의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정해져 있다”며 “진실게임은 일본과 한국의 언론이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양국 간 합의 뒤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수출 규제는 전혀 다른 문제이며, 한국이 먼저 세계무역기구(WTO) 프로세스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지난 24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일 간 당초 발표하기로 한 일본 측 합의 내용을 아주 의도적으로 왜곡 또는 부풀려서 발표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 이에 대해 외교 라인을 통해 일본 측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은 24일에 이어 이날 또다시 사과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의 발언 하나하나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어쨌든 (일본) 정부로서 사죄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일본의 거듭된 부인과 우리 측의 반박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국 정부가 여론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지소미아와 수출 규제 문제가 연계돼 있는 합의 내용에 대한 비판을 우려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계속 언론에 흘리고 있고, 우리 정부로서도 이를 그냥 내버려두면 국내 여론이 악화될 수 있어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우리 정부는 이런 논란이 다음 달 한·일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는 판단으로, 양국 간 예정된 대화는 차분하게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회담에 앞서 예정된 한·일 외교 당국 간 국장급 협의는 계획대로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달 이낙연 국무총리의 일왕 즉위식 참석을 계기로 복원하기로 한 고위급 대화 채널도 조만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박세환 이상헌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