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같은 여자 대신 ‘엄마’로 컴백… “겨울왕국2와 경쟁 부담”

입력 2019-11-26 04:05
영화 ‘나를 찾아줘’로 1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 이영애. 최근 연예계 후배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데 대해 그는 “연예인은 주변에서 늘 ‘예쁘다’ ‘잘한다’ 떠받들어주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풍선처럼 올라가다 작은 바늘에도 쉽게 터져버리게 된다. 자기 심지를 확실하게 세우지 않으면 버티기 쉽지 않은 직업”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굳피플 제공

산소 같은 여자, 신비주의 이영애(48)와는 이제 안녕이다. 결혼 11년차, 아홉 살 난 쌍둥이 남매의 엄마가 된 그에게는 어느새 소탈함이 덧입혀졌다. 물론 비현실적인 미모만큼은 변함이 없지만.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점심시간을 막 지나고 만난 이영애는 친근한 인사부터 건넸다. “점심 드시고 졸리시면 안 되는데, 제가 재미있게 해드려야겠네요(웃음).” 그는 “나도 아줌마가 돼가고 있다. 많이 내려놨다”며 웃었다.

무려 14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전작 ‘친절한 금자씨’(감독 박찬욱·2005)에 이어 또 한 번 아이를 잃은 엄마의 절절한 모성을 보여준다. 27일 개봉하는 범죄 스릴러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의문의 연락을 받고 홀로 아들을 찾아 나서는 정연 역을 맡았다.

“저도 14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어요. 엄마와 아내 역할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흘렀네요.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그 어떤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것보다 더 떨리는 것 같아요. 경쟁작이 ‘겨울왕국2’라서 더 부담도 되고(웃음).”

아동 대상 범죄를 소재로 한 무거운 작품.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한 건 시나리오의 완성도 때문이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대본과 저의 합이에요. ‘나를 찾아줘’는 사회에 울리는 경종도 있고, 배우로서 도전해볼 만한 다이내믹한 감성도 담겨있었죠.”

극 중 모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극 중 이영애는 아들을 잃어버린 실의와 죄책감, 그리움을 건조하고 공허한 표정 안에서 켜켜이 풀어낸다. 이영애는 “엄마가 되니 감정 폭이 넓어지더라.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슬픔을 다 토해내기보다 감성의 결을 다듬어 절제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강도 높은 액션도 소화했다. 바닷물에 뛰어들고, 갯벌에서 격투를 벌이기도 했다. “구르기 훈련을 받을 땐 머리가 핑 돌더라고요. 근데 막상 해보니 재미있었어요. 새로운 장르의 세계를 접하게 됐달까요.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액션을 좀 더 해보고 싶어요(웃음).”

이영애는 “20~30대 때는 1년에 서너 작품씩 찍으며 열심히 달렸다. 그러다 30대 후반에 드라마 ‘대장금’과 ‘친절한 금자씨’로 너무 큰 호평을 받고 나니 ‘내가 그 이상을 해낼 수 있을까, 더 하면 욕심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후 결혼과 출산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활동을 쉬는 동안 내가 배우로 돌아갈 자리가 있을까, 아직까지 나를 환영해주실 분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면서 “엄마로서의 삶도 충분히 만족했지만, 온전히 ‘배우 이영애’로 존재할 수 있는 촬영장으로 돌아오니 행복하더라”고 털어놨다.

연기 열정은 다시금 샘솟고 있다. “오히려 저는 20~30대 때보다 40~50대가 된 지금 더 보여드릴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여배우’가 아닌 ‘배우’로서 새로운 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 자신도 몰랐던 제 모습을 찾게 되겠죠. 기대가 돼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