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당대표 경선 수용… 패배 땐 낭떠러지

입력 2019-11-26 04:08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국경인 골란고원을 방문했다. 부패 혐의로 피소된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지지층 결집을 위해 안보 관련 행보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부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집권 리쿠드당 대표 경선을 치르게 됐다. 이번 경선에서 만약 네타냐후 총리가 패하면 향후 총리직을 맡을 수 없게 돼 총리로서 면책특권을 얻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타임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은 24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기데온 사데르 의원 등이 주장해온 리쿠르당 대표 경선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하임 카츠 당중앙위원회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늦어도 6주 안에 당대표 경선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현지 방송인 채널12는 “리쿠드당 당대표 경선은 그동안 가능성 없는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졌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사데르 의원의 요구를 거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당대표 경선을 수용한 것은 올 들어 두 차례의 총선에도 불구하고 연정 구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21일 검찰은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와 사기,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현직 총리가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이다. 11년 전 네타냐후 총리는 전임자인 에후드 올메르트 당시 총리가 부패 혐의를 받자 사임을 요구했으며, 올메르트 총리는 결국 물러난 후 기소돼 16개월 형을 살았다.

이스라엘 법에 따르면 현직 총리가 기소돼도 총리직에서 반드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활용해 네타냐후는 의회에 면책특권을 요청하며 최대한 총리직을 유지하는 전략을 폈다. 하지만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서 정치적인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이스라엘 야권은 세 번째 총선을 피하고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려면 네타냐후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제1야당에 해당하는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검찰 기소 이전부터 부패 혐의를 받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연정을 거부해 왔다.

네타냐후 총리에 이어 간츠 대표도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서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은 지난 21일 의회에 총리 후보를 결정할 권한을 넘겼다. 네타냐후 총리가 다시 총리 후보가 될 기회가 생겼지만 검찰 기소라는 장애물을 만난 상황이다. 그의 유죄가 확정되면 뇌물죄 최대 10년, 사기 및 배임죄는 최대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사데르 의원 등은 검찰 기소 전 경선 승리자에게 리쿠드당 대표로서 연정 구성 협상에 나설 권한을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나 리쿠드당은 결국 사데르 의원 등의 요구에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경선에서 패배하면 사실상 정치적 생명력도 끝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