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시작으로 신남방 국가로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재계가 인도네시아와 인도, 미얀마 등 비즈니스 불모지였던 곳까지 공략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시아 10개국 연합인 아세안(ASEAN)과 경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개최된 ‘한·아세안 CEO 서밋’에 참가한 양측 기업인들도 갈수록 커지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함께 맞서기 위한 의지를 다졌다.
박용만(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한국과 아세안 기업인 700여명이 참석한 한·아세안 CEO 서밋 개회사에서 “쉽지 않은 글로벌 경제 지형 속에서도 아세안은 가장 밝게 빛나는 지역”이라며 “한국과 아세안이 긴밀히 협력해서 글로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역내에 번영된 미래를 함께 앞당길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상의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주최했다.
박 회장은 “한층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에 직면해서 기존의 글로벌 가치사슬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면서 “한·아세안 비즈니스 카운슬(Council) 같은 민간 채널을 활용해 교류를 돕고, 관련 산업 발전과 기술 개발 등 아세안의 가치사슬 편입을 돕는 일에 경제단체들이 더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에는 박 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송대현 LG전자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장재영 신세계 사장 등 한국 기업인 450여명이 참석했다.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 비랜드 인터레스트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일본은 정점을 찍은 뒤 쇠퇴 중인 데 반해 한반도는 북한의 자원·노동력과 남한의 자본·제조업이 결합하여 경제 부흥을 이끌 것”이라며 “풍부한 자원, 낮은 부채, 6억명의 엄청난 인구를 가진 아세안은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고 동북아시아와 함께 세계의 번영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세안 교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국내 제조업체 523곳(2018년 기준)이 생산시설 등을 아세안으로 이전했다. 한국의 대(對)아세안 교역 비중은 1990년 7.7%에서 2018년 14.0%로 급증했다.
효성은 2013년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6여년간 현지 인지도를 쌓아 왔다. LS전선은 미얀마 전력케이블 공장을 지난해 준공했다. 기아차는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인도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에 첫 완성차 공장을 짓고 지난 1월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한화 역시 이 시기에 인도네시아 국영 화약업체 다하나사 공장에서 원관(화약을 기폭시키는 뇌관의 부품) 생산 플랜트 착공식을 가졌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