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 거센 겨울바다… 서귀포·군산서 잇단 어선전복 ‘참사’

입력 2019-11-26 04:08
해양경찰청 구조요원이 2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약 87㎞ 해상에서 침몰한 어선 창진호에서 선원을 구조해 헬기로 끌어올리고 있다.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겨울철 해상에서 20t급 소형어선 침몰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5일 오전 6시5분쯤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87㎞ 해상에서 통영선적 장어잡이 24t급 어선 창진호가 침몰해 선원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앞서 지난 19일에도 사고지점에서 멀지 않은 차귀도 인근 해상에서 갈치잡이에 나섰던 20t급 대성호가 화재에 휩싸여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

제주 해상에서 선박 침몰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무엇보다 겨울철로 접어들며 불안정해진 바다 때문으로 여겨진다. 여기에다 20t급 어선 대부분이 경량합성수지(FRP)로 만든 영세 소형어선이라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변화무쌍한 조류에 차가운 날씨, 이에 따른 높은 파고와 풍랑을 이들 어선이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25일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오전 6시5분쯤 마라도 남서쪽 87㎞ 해상에서 통영선적 근해 장어연승 어선 창진호가 침수피해를 입다 전복됐다. 어선에는 한국인 선원 8명과 인도네시아인 6명 등 총 14명이 타고 있었다. 어선에 물이 차오르자 선장 황모(61·통영시·사망)씨가 해경에 신고하고 선원들을 대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구명벌에 탑승해 있던 선원 4명을 먼저 구조한 뒤 구명동의를 착용한 채 바다를 표류하던 9명을 발견해 구출했다. 선장 황씨와 선원 강모(69)씨는 헬기로 병원에 옮겼으나 끝내 숨졌으며, 선원 최모(66)씨가 실종됐다.

사고 해역에는 바람이 초속 19m로 강하게 불고, 파고가 4m 이상으로 매우 높아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창진호가 조업 중 큰 파도를 맞고 배가 기울어졌다는 초기 진술이 있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설동일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겨울철로 접어드는 요즘은 바다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상청 특보 발효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무리한 운항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남해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어선안전조업규정 제9조에 따라 풍랑주의보 발효 시 15t 미만 어선의 출항이 금지된다”면서 “제주 인근 해상에 풍량경보가 발효됐는데 창진호가 이를 알고 피항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5일 오전 8시쯤 전북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인근 해상에서 해경이 김양식장 관리선에서 선원을 구조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전북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남서쪽 해상에서도 김양식장 관리선이 전복돼 선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선박도 높은 파도에 침수피해를 계속 입다 전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부산=김영균 윤일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