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시위의 폐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열린 청와대’를 표방하며 2017년 6월부터 청와대 앞길을 개방했다. 그러나 개방 취지와는 다르게 일부 시위대가 밤낮없이 시끄럽게 농성을 벌여 청와대 인근 주민들이 상당한 고통를 겪고 있다. 주민 기본권 보호를 위해 보다 강력한 집회 제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5일 청와대에 따르면 서울 창성동 주민 박모씨 등 3명은 지난 14일 청와대 서별관에서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을 비롯한 참모진을 만났다. 박씨 등은 “시위대가 쓰는 확성기와 꽹과리, 부부젤라로 인한 소음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시위대가 좁은 골목길을 가득 메워 통행이 어렵고, 집회 참가자들의 노상방뇨와 구토로 악취가 심하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청와대 인근 집회와 관련한 소음 및 교통 불편 신고는 158건에 달했다.
박씨 등은 청와대에 크게 세 가지를 요구했다. 집회 자체는 금지할 수 없지만 무한정 허용하면 안 된다는 것과 소음 규제를 적극 시행할 것, 집회 장소를 고려한 통행제한을 실시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27일 이후 집회 연장 신고가 들어오면 제한을 적극 검토하고, 소음 규제는 법적 검토 후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가장 큰 문제는 소음이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거지역, 학교, 도서관 근처 시위자들은 ‘해뜬 후부터 해지기 전’까지 65㏈(데시벨) 이하의 소리 크기를 유지해야 한다. ‘해진 후부터 해뜨기 전’에는 60㏈ 이하의 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이 기준으로는 2개 이상의 집회가 겹칠 경우 어느 한 곳에 소음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 시위대가 경찰의 소음 측정 시에만 일시적으로 소리를 낮춰도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소음 규정은 있지만 주민들의 고통을 해소하는 데는 실효성이 적을 수 있어 좀 더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25일 오전 10시부로 톨게이트 노조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2개 단체에 대해서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청와대 앞 집회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 통고를 했다.
전날에는 청와대에서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의 공식환영식이 열리는 가운데 시위대의 음악 소리 등이 크게 울려 퍼지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나서 유감을 표하며 시위대의 자제를 촉구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