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결정을 환영하고 나섰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미 국무부는 한국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를 ‘갱신(renew)’이라고 표현했다. ‘조건부’가 아닌 ‘재연장’으로 못 박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언제든지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결정을 내렸으나 미 국무부 입장은 달랐다. 미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이에 대한 국민일보의 질의에 “미국은 지소미아를 갱신(renew)한다는 한국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강조한 ‘조건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재연장으로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는 또 “한·일이 역사적 사안들에 해결책을 이끌어내기 위한 논의를 이어갈 것을 권고한다”면서 “미국은 국방·안보 사안들은 다른 영역과 분리돼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문제를 국방·안보 이슈로 끌어들이지 말라고 한·일 양국을 거듭 압박한 셈이다.
한국 정부의 조건부 연기 결정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은 넘겼지만 한·미 간 갈등의 불씨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23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시간을 벌기 위해 조건부 연기 결정을 내렸지만 한·미 간 시각차가 완전히 좁혀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도 “한·미가 서로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지소미아 연기를 둘러싼 인식차가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