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흔들 우승후보라더니… KCC, 갈수록 부진 왜

입력 2019-11-25 04:03
전주 KCC의 전창진 감독이 지난 12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원주 DB에 77대 81로 패배한 2019-2020 프로농구 홈경기 도중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 판도를 흔들 ‘슈퍼팀’이 탄생하는 듯했지만 팀이 먼저 흔들리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영입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던 전주 KCC가 예상 외의 부진한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여기에다 팬서비스 무례 논란까지 일으키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KCC는 24일 현재 9승 8패로 리그 4위에 올라 있다. 8승 5패로 리그 3위를 달리던 지난 11일 리온 윌리엄스와 김국찬, 박지훈 등을 울산 현대모비스에 트레이드하고 라건아와 이대성을 데려온 뒤 치른 네 경기에서 1승 3패로 오히려 순위가 내려갔다.

지난 시즌 외국인선수상을 수상했던 라건아는 올 시즌에도 트레이드 전까지 리그 득점·리바운드 1위에 올랐다. 대표팀에서도 부동의 득점원으로 활약했다. 여기에 직전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이대성이 가세하면서 이정현과 송교창이라는 강력한 창을 보유한 KCC가 절대 1강의 전력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12일 원주 DB와의 경기부터 77대 81로 패하며 이상 기후가 감지됐다. 라건아는 22점 15리바운드로 여전한 활약을 뽐냈지만 이대성은 야투 10개를 모두 실패하며 무득점(2리바운드 1어시스트)에 그쳤다. 전창진 KCC 감독은 트레이드 후 첫 경기 결과에 대수롭지 않아했지만 이후에도 좀처럼 전력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23일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는 64대 90으로 26점차 대패라는 망신을 샀다.

KCC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저조한 득점력이다. 경기당 평균 80.4점을 득점했던 KCC는 트레이드 후 71.25득점으로 떨어졌다. 득점력이 전체 꼴찌 수준이다. 라건아, 송교창, 이정현, 이대성 모두 트레이드 이전보다 득점이 낮아졌다. 시너지를 전혀 내지 못할 정도로 전술적 완성도가 미흡했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팬서비스 관련 구설수까지 불거졌다. KGC전 이후 몇몇 어린이 팬들이 선수들에게 하이파이브를 요청했지만 라건아, 한정원 등을 제외한 선수 대부분이 이를 외면했다.

KCC는 24일 구단 홈페이지의 사과문을 통해 “선수들이 좋지 못한 경기 결과와 내용에 자책하며 퇴장하느라 어린이 팬의 요청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구단은 “프로 선수라면 경기의 결과·내용과 상관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팬들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더욱 팬 여러분께 다가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KCC가 일주일 간의 휴식 뒤 가질 30일 고양 오리온전을 통해 우승후보로서 기량과 매너 면에서 나은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