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놀던 문화부처들이 벽을 허물고 공동 연구와 조사, 전시 등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24일 문화계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북한 미술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미 지난 5월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분단의 미술사, 잊혀진 미술가들’이라는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북한 문화재를 연구하면서 그 범위를 월북 미술가로 확장해 상당한 자료를 축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북한 미술에 관심을 두기 이전부터 이미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관련 자료 수집과 연구를 해왔다”며 “향후 협업 체제로 가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남북 미술 교류 협력을 기반으로 분절된 한국미술사의 복원을 추진하겠다”며 “재임 중 북한 미술 전시를 제대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시가 성사되면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 공간을,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연구 역량을 나누며 상생하는 전시 모델의 사례가 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올들어 두 차례에 걸쳐 양 기관 큐레이터가 참여하는 공동 워크숍을 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두 기관이 공동 전시를 여는 것을 목표로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융합하는 자리를 갖자는 취지로 마련됐다”면서 “이르면 내년 말쯤엔 가시적인 전시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 고미술과 동시대미술을 관장하는 두 기관이 칸막이를 허물고 공동 전시를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앞서 지난 19일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도 문화유산 조사·연구·전시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고, 그 첫 사업으로 특별전 ‘신규 지정 국보·보물’(가제)을 내년 4~6월 함께 열기로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릴 이 전시에는 국가가 소유한 유물뿐만 아니라 기관과 개인이 보유한 문화재가 대거 공개된다. 국보 중에는 조선을 대표하는 기록 유산인 ‘조선왕조실록’, 조선 숙종이 59세에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일을 기념해 제작한 ‘기사계첩’이 선보이고 보물로 지정된 신윤복의 ‘미인도’ 등도 관람객과 만난다.
전에 없이 문화 관련 정부기관끼리 협업이 활발히 전개되는 것은 정재숙 문화재청장,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장 등 기관장들이 평소 친숙하게 지내는 등 인적 네트워크가 큰 몫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