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여전히 ‘그라운드 제로’ 결국 강제징용 퍼즐에 달려

입력 2019-11-25 04:02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을 내리면서 한·일 간 ‘급한 불’은 일단 진화됐다. 하지만 지난해 시작된 한·일 갈등의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진척이 없는 상태라 결국 ‘그라운드 제로’에서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일 양측은 일단 이번 ‘휴전 협정’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수출규제 재검토를 위한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한 이유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것임을 감안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일본은 수출규제를 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양측은 지난 8월 이후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협의를 공식·비공식적으로 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피해자 배상 문제는 지난 6월 정부가 제안한 1+1안(한·일 기업 출연금)을 토대로 다양한 안을 놓고 일본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간에는 일본 전범기업이 위로금 형식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진행하고, 이에 대해 우리 정부 혹은 기업이 일본 기업에 보전해주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내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5일 제안한 ‘1+1+α(알파)’안이 주목받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기업, 양국 국민이 자발적인 성금으로 기금을 만드는 내용이다. 일본군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출연금 잔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다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문 의장의 제안을 한·일 양측이 긍정적으로 고려한다 해도 참여 주체가 누구인지, 어느 주체가 먼저 비용을 지불할지, 배상이 아닌 보상 차원의 일본 기업 참여를 피해자 단체가 수용할지 등이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당장 피해자들은 문 의장 제안에 반발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를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문 의장 안은 한국 기업이나 국민의 기금을 통해 일본 기업의 책임을 줄여주는 것”이라며 “의아하다”고 말했다. 전직 외교부 관료도 “화해치유재단에 출연된 60억원을 가져다 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국민성금으로 처리하는 것도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피해자를 설득하지 못한 채 합의안을 도출한다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후폭풍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현재 정부가 피해자 단체를 적극적으로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태도 변화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최승욱 손재호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