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안 부의 D-2… 다시 ‘패스트트랙 전운’ 감도는 국회

입력 2019-11-25 04:03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닷새째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4일 농성장에 설치된 텐트에 누워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탄 공직선거법 개정안 자동 부의 시점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에 다시 ‘패스트트랙 전운’이 감돌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까지 꺼내들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총선을 목전에 두고 합의 무산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결국 여야가 협상의 실마리를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24일 황교안 대표가 단식 농성 중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의총에서 “잘못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으로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는 좌파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며 “연동형 비례제와 공수처를 막는 국민의 승리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협상의 끈은 놓지 않겠다”며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방미길에 올랐던 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조기 귀국한 뒤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이견을 좁혔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여러 가지 다양한 방안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나누는 것이 조금은 시작됐지만 아직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방미 일정을 소화하며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 물밑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나 “심화되고 집중적인 협상을 통해 합의 도출 가능성을 찾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유감스럽다”며 “황교안 대표는 단식을 중단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종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협상을 통한 합의 처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한국당도 전향적으로 진정한 의미의 합의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비례대표 폐지, 지역구 의석수 270석’을 고수할 경우 한국당을 뺀 여야 4당+1(민주당·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체제 안에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지역구 270석을 고집한다면 저희도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 선택은 패스트트랙에 같이 참여했던 분들과 조정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합의가 끝내 무산되면 표결 처리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조체제 안에서도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 비율과 의원 정수 확대 등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 입장차가 여전해 조정안 마련도 쉽지는 않다.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에서는 원안인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갔을 때 호남 지역구 의석수가 크게 줄어드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고,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정의당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대한 확보하려고 한다.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이 최근 당내 분열을 겪으면서 표심이 분산된 것도 변수다. 또 야당은 의원 정수 확대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정수 확대에 선을 긋고 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은 “정의당은 원안 그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연동형 비례제 취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이라면 의석수 조정은 가능하다”고 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도 “지역구 240석, 비례대표 60석을 차악의 안으로 두고 협상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김용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