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2일 실시되는 영국 총선이 3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이 잇따라 매니페스토(선거 정책 공약)를 발표하면서 선거전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집권 보수당은 내년 1월 31일까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완수한 후 세금 동결 및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경제 활성화 정책을 펼치겠다는 내용의 총선 정책 공약을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지난 21일 매니페스토를 발표한 바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전날 공개한 공약 연설문에서 “내가 영국에 일찍 건넬 크리스마스 선물은 브렉시트 법안을 다시 가져와 의회가 국민을 위해 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당은 매니페스토의 제목을 ‘브렉시트 완수해 영국의 잠재력을 해방하라’로 붙이는 등 브렉시트 정책을 전반적으로 강조했다.
보수당 정권이 유럽연합(EU)과의 합의를 통해 마련한 브렉시트안이 영국 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애초 올해 3월 29일로 예정됐던 브렉시트 집행은 세 차례 연기됐다. 영국과 EU가 합의한 새 브렉시트 시한은 내년 1월 31일이다. 존슨 총리는 의석을 늘려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이번 조기총선을 요청했다. 성탄 선물로 브렉시트안을 재추진한다는 약속은 보수당이 의석 과반을 차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보수당이 브렉시트 외에 강조한 것은 국민보험과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다수 세금의 동결이다. 다만 빈부격차 확산에 대한 서민층의 반발을 의식해 19%인 법인세율을 내년 4월까지 17%로 낮추기로 했던 당초 계획은 보류됐다. 아동보육 지원 확대 등 공공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신 존슨 총리는 첨단기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이에 대한 기업 세액공제율 상향을 약속하며 재계를 달랬다. 또 10억 파운드(약 1조5000억원)를 전기차산업에 투자하고, 잉글랜드 북동부에 나무 100만 그루를 심어 새 산림을 조성하겠다는 ‘클린 에너지 혁명’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노동당은 EU와의 긴밀한 관계를 지속하는 내용의 새 합의안을 추진한 뒤 법적 구속력을 가진 새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내용의 매니페스토를 21일 발표했다. 노동당은 브렉시트보다는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무료 인터넷망 확충과 국민보건서비스(NHS) 투입 등 공공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석유회사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비상장사 등에는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등 ‘녹색 산업혁명’에도 나설 계획이다. 노동당은 2030년까지 탄소제출량 제로(0)를 실현한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노동당은 또 1980년대 보수당 출신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시작됐던 기간산업 민영화도 되돌려 철도와 우편, 수도 등을 국유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제러미 코빈 대표는 공약 실행을 위해 지난해 말 기준 486억 파운드(약 73조8000억원)인 관련 세수 규모를 2024년까지 829억 파운드(약 125조9000억원)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23일 여론조사기관 사반타콤레스가 보수당 42%, 노동당 32%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최근 여론조사에선 보수당이 노동당에 10% 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마다 편차가 있지만 격차가 큰 곳은 최대 19% 포인트까지 벌어진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