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서도 비판받는 트럼프의 한·미동맹 접근법

입력 2019-11-25 04:02
미국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5배나 인상토록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뉴욕타임스가 사설에서 설명하며 나열한 이유는 손가락으로 세기 어려울 만큼 많았다. ①한국은 무임승차 국가가 아니다. 주한미군 유지비 절반을 지불하고, 막대한 무기 예산을 미국에 지출하며, 최첨단 평택기지 건설비용을 90%나 부담했다. ②주한미군 규모의 부대를 미국에서 운용하려면 훨씬 많은 돈이 든다. ③주한미군은 미국에선 도저히 할 수 없는 실질적 훈련 기회를 얻고 있다. ④돈만 밝히는 접근법은 해외 미군을 용병으로 격하시킨다. ⑤주한미군은 단순히 한국을 보호하려고 주둔하는 게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세계의 최전선이어서 한국에 가 있는 것이다. ⑥동맹을 약화시킨다. 보수든 진보든 정권마다 한·미동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온 한국에서 지금 분노가 일고 있다. ⑦지금은 동맹을 약화시켜선 안 될 때다. 중국과 북한만 좋은 일이 된다. ⑧여러 동맹국이 미국에 갖는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신문은 방위비 압박을 동맹에 대한 ‘모욕’이며 ‘루즈(lose)-루즈’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지난주 방위비 협상 등에서 격화된 한·미동맹 파열음은 미국 언론이 이처럼 구구절절하게 지적할 만큼 상식을 벗어나 있다. 균열의 시발점이 미국 정부란 점에서, 내용이 안보에 대한 입장 차이가 아니라 철저히 이해관계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 세계 질서보다 미국 이익을 우선시하고 장기적 이익보다 눈앞의 돈에 몰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원인임은 분명하다. 워싱턴을 방문한 국회 원내대표단에게 국무부 부차관보가 했다는 말은 미국 정부의 사고가 트럼프식으로 바뀌어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에 있는 고속철도와 의료보험이 미국엔 없다. 다른 나라가 발전하는 동안 미국은 (해외 안보에) 기여하느라 이뤄놓은 게 없다.” 이익이 없는 곳엔 동맹도 없다. 미국이 한·미동맹에서 얻는 엄청난 이익은 뉴욕타임스가 잘 설명했다. 그것을 외면하고, 또는 이해하지 못하고 힘만 앞세우는 모습을 사안마다 목격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동맹은 ‘선진국’ 미국이 아니라 그냥 ‘강대국’ 미국인 것인지 모른다. 그런 미국을 상대하는 훨씬 거칠고 험한 외교에 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