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으로부터 수년간 성접대와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법원의 무죄 판결로 풀려났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7억원을 구형했었다. 법원은 김 전 차관이 윤씨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건 인정했다. 그럼에도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증거 부족 및 공소시효 완성 두 가지다. 죄가 없어서가 아니라 한마디로 공소시효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다.
검찰 수사가 제때,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결과는 달라졌다는 얘기다.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 윤씨로부터 13차례 성 접대 받은 혐의는 동영상이라는 확실한 물적 증거가 있는데도 아예 재판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소시효가 완성돼 재판의 실효성이 없어져서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의 노골적인 봐주기로 시간만 흘러 이 지경까지 오게 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세 번 수사했다. 2013년 첫 번째 수사에선 무혐의 처분했고, 성 접대 피해 여성의 고소로 2014년 시작된 두 번째 수사는 이듬해 불기소로 끝났다. 검찰은 피해 여성들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를 갖다대며 김 전 차관 감싸기에 급급했다. 정권이 바뀌고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 여론이 확산되자 검찰은 다시 수사에 나섰고 지난 6월 김 전 차관을 뇌물수수 등 8가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공소시효가 7~10년인 성폭행 혐의로 김 전 차관을 처벌할 수 없어 뇌물 혐의 등을 추가해 구속하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거기까지 였다. 검찰의 직무유기와 제 식구 감싸기가 빚은 합작품이다.
김 전 차관 무죄의 일등공신은 검찰이다. 경찰은 동영상을 근거로 김 전 차관의 성범죄를 확신했다. 하지만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니 그를 처벌할 방법이 없다. 김학의 사건은 검찰이 있는 죄도 없는 것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현행대로 검찰 내부의 비리와 범죄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맡겨서는 제2의 김학의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아니더라도 검사의 불법과 비리를 수사하는 별도의 독립기구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설] 檢, 제때 제대로 수사했다면 김학의 무죄 됐겠나
입력 2019-11-2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