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목적은 북한 주민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독일 통일 과정에서도 정치가 아닌 교회가 이 역할을 감당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기독교통일학회와 한반도평화연구원, 온누리교회 통일위원회는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제1회 복음-평화-통일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통일로 향하는 교회의 길’이란 주제로 교계의 북한 및 통일 전문가 다수가 초청된 학술대회였다.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가 첫날 기조 강연을 맡았다. 손 교수는 “기독교가 정당화할 수 있는 통일의 이유는 북한 주민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성경이 주린 자를 먹이고 병든 자를 돌보며 소외된 자를 찾으라고 명령했고, 고아 과부 객 등 약자를 돌보는 것이 기독교가 가르치는 정의라고 했다. 이어 “북한 주민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최악 상태의 약자들 가운데 하나”라며 “통일은 북한 주민들이 기본 인권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교회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도 언급했다. 손 교수는 “북한에 식량과 생필품을 보내야 한다”면서 “옥수수 같은 곡물 형태로 전용 가능성이 적고 서민들 굶주림 해소에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인권 보장을 위한 압력 행사는 물론 탈북민 보호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는 정부의 정책보다 성경적 원칙에 더 충실해야 한다”면서 “통일에 공헌할 수 있도록 교회가 도덕적 권위를 회복하고, 북한교회에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교계문화를 정화하는 일도 선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의서(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온누리교회 통일위원장은 ‘독일 통일에서 본 한국교회의 과제’를 발표했다. 독일에서 경제윤리를 전공한 황 교수는 독일 통일의 주체는 동독 주민 스스로였고,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정치인들이 아닌 교회였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서독교회는 인권 측면에서 동독과 활발한 교류를 하며 정부를 대신해 통일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고 밝혔다. 서독교회가 동독교회 목회자들의 월급을 직접 지원했고, 교회 차원의 파트너십을 구축해 절기별 방문을 했으며, 디아코니아의 일환으로 동독의 복지시설 지원과 정치범 협상에 나섰음을 언급했다. 황 교수는 “한국교회가 통일을 위한 연합을 먼저 이룬 뒤 정부에 남북의 여행 자유화 등 보다 적극적인 통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