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2차 소환… 이번에도 입 닫았다

입력 2019-11-22 04:0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1일 검찰에 두 번째로 불려왔지만 지난 14일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진술을 거부했다. 조 전 장관은 이번에도 검찰청 지하주차장을 통해 출석·귀가했다. 그가 조사를 마친 뒤 변호인이 운전하는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검찰청을 빠져나가는 모습은 언론에 포착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 전 장관이 21일 오전 9시30분쯤 출석, 오후 7시쯤 귀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두로 질문할 뿐 아니라 여러 자료를 제시하면서 기억을 환기하려 했지만 조 전 장관으로부터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검찰은 그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본시장범죄 공범일 가능성을 높게 본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로 더블유에프엠(WFM) 주식을 사들이던 지난해 1월 청와대 근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수천만원을 송금했다. 조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첫 검찰 소환 전 변호인단에 “아내에게 송금한 사실은 있지만 용처는 몰랐다”는 취지로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의 딸이 지도교수였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6학기 연속 제공받은 1200만원의 장학금은 뇌물 의혹으로 번져 있다. 조 전 장관 측은 “조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죄의 심증을 유포하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검찰은 장학금의 성격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장학금이 장학회가 아닌 노 원장의 개인 계좌에서 빠져나온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진술거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몰랐다”고 할 수도 없고, 자신만을 위해 답변할 수도 없는 딜레마 상황이라는 것이다. 가족 돈 10억5500만원이 납입된 사모펀드 투자, 아내가 매월 자문료를 받아온 WFM의 존재 등과 관련해서는 “몰랐다”는 답변이 상식적이지 않다. 설령 몰랐다 하더라도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내밀한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그렇다고 해서 본인을 위해 적극적인 답변을 펼치자니 가족의 범행을 더욱 단단히 입증하게 되는 처지라는 얘기다.

조 전 장관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그는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진술거부권 행사 이유가 무엇이냐’ ‘정 교수에게 왜 수천만원을 송금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비밀번호를 눌러 출입하는 형식의 현관문이 잘 열리지 않자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문이 잘 안 열린다. 번호가 바뀌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이 불거진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이날 소환해 조사했다. 그는 2017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재직 당시 여러 업체에서 각종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시는 이날 유 부시장의 직권면직안을 의결했다.

구승은 구자창 조민아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