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에 ‘금소법’ 8년만에 법안 소위 통과

입력 2019-11-22 04:08

금융회사의 영업 행위를 규제하고 소비자 권리는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된 지 8년 만이다.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는 21일 금소법 제정안을 의결하고 전체회의로 넘겼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도 함께 통과시켰다. 다만 ‘데이터 3법’ 가운데 하나인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은 다시 미뤄졌다. 정무위는 오는 25일 소위원회를 열고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소법은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제정 논의를 시작했다. 고위험 상품에 대한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다. 하지만 2011년 이후 14개의 제정안이 발의됐는데도 매번 국회의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이 가운데 9개 법안은 시효 만료로 폐기되기도 했다. 다만 최근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일으킨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논란이 불거지면서 도입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금소법은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 권유행위 금지 등 ‘6대 판매행위’ 원칙을 전체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세 가지 핵심 쟁점 가운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는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위법 사실 여부를 입증할 책임을 소비자에게서 금융회사로 돌리는 ‘입증 책임 전환’ 부분도 금융회사의 고의·중과실에 한해서만 적용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또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서 KT가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열렸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 기준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부분을 삭제하는 걸 핵심으로 담고 있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KT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의 KT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중단됐다.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출 영업은 멈춰선 상태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면 KT는 케이뱅크 대주주에 오를 확률이 높아진다. 단 “특정업체에 특혜를 준다”는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개정안은 ‘가명(假名)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도 금융회사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