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9’가 지난 주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지스타는 지난해에 비해 관람객이 늘어나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예년보다 신작이 부진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다행히 넷마블, 펄어비스가 다수의 신작을 선보이며 관람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스타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7일까지 나흘간 열린 올해 지스타의 관람객은 약 24만4309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9000여명(3.9%) 늘었다. 관람객을 맞이하는 부스는 3208개에 달해 전년(2966개)보다 8.2% 증가했다. 부산 벡스코에는 지스타가 진행되는 동안 연일 사람이 몰렸고, 너무 많은 인파로 인해 개장 시간을 한 시간 가량 앞당기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스타는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가 주최하고 지스타조직위원회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하는 국제게임전시회로 올해 15년째를 맞는다. 이번 행사에는 36개국 691개사가 참여했다.
하지만 올해 행사는 대형 게임사들의 불참으로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한때 ‘넥스타’(넥슨+지스타)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컸던 넥슨은 “내실을 다지겠다”며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다. 2016년부터 참여하지 않은 엔씨소프트도 올해 역시 불참하며 ‘리니지2M’ 출시에 집중했다.
그나마 넷마블과 펄어비스가 지스타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국내 대형 게임사 중 유일하게 참가한 넷마블은 ‘A3:스틸얼라이브’,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제2의 나라’, ‘매직:마나스트라이크’ 등 신작 4종의 시연대를 마련했다. 넷마블은 최군·강은비 등 유명 BJ를 초청해 지스타 현장에서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배틀로얄 이벤트를 진행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해 처음으로 지스타에 참가한 펄어비스는 신작을 잇달아 선보이며 이번 지스타의 주인공 역할을 했다. 총 200개에 달하는 부스에서 플래그십 다중접속역할분담게임(MMORPG)인 ‘붉은 사막’, 액션 배틀로얄 게임 ‘섀도우아레나’, 수집형 MMORPG ‘도깨비’, 차세대 슈팅게임 ‘플랜 8’ 등을 전시했다. 그동안 지스타가 앞서 공개된 게임을 시연하거나 e스포츠 위주로 진행됐던 만큼 이들의 신작 발표 행사는 주목도가 높았다는 평가다. 세계적 흥행작 ‘배틀그라운드’를 앞세운 크래프톤은 이 게임 개발 스토리를 영화로 전하고,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는 등 색다른 볼거리를 마련했다.
국내 업체의 빈자리를 채운 해외 업체들도 높은 인기를 보여줬다. 이번 지스타의 메인스폰서는 중국 텐센트가 최대주주인 ‘슈퍼셀’이 맡았다. 자사의 게임 ‘브롤스타즈’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해 전시장은 연일 관람객으로 붐볐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 관람객이 다수 참여하면서 넓어진 게임 소비층을 실감케 했다. 이외에 ‘XD글로벌’, ‘미호요’ ‘IGG’ 등 해외 업체가 전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번 지스타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는 ‘보는 게임’이 본격적으로 게임 산업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튜브가 처음으로 부스를 차렸고, 아프리카TV는 지난해 60개 규모였던 부스를 100개로 크게 늘렸다. 이들은 유명 유튜버·BJ들을 앞세운 라이브 게임 방송을 선보이면서 이목을 끌었다. BJ들의 게임쇼 참가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이번 지스타에서는 신작 부족과 시연대 규모 축소 등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더욱 부각됐다.
이들은 방송 콘텐츠를 통해 게임의 노하우나 스토리를 소개해주는 방법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게임 팬들이 큰 지출도 마다하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크리에이터들의 플레이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다”며 “당분간 크리에이터들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