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는 4대1의 패배였지만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게 승리한 유일한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알파고는 2017년 은퇴했는데 그의 전적은 68승1패였고 단 한 번의 패배를 이세돌 9단에게 당했기 때문이다.
특히 승리의 한 수가 된 4국에서 이세돌 9단이 보여준 백78수가 화제가 됐다. ‘신의 한 수’로 불린 이 선택은 기존의 틀을 깨는 수여서 알파고마저 당황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백78수는 0.007%의 확률을 뚫은 판단이었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사고력의 결과다.
우리의 다음세대로 시선을 돌려보자. 다음세대를 어떤 아이들로 키워야 할까. 인생은 바둑이 아니지만, 세상에서 알파고를 이길 수 있는 사람으로, 아니 견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0.007%의 확률로 극한 상황에서 승리를 이끌어 낸 이세돌과 같은 사고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21세기 인재상을 보면 유독 ‘사고력’에 대한 언급이 많다. 사고력은 곧 생각하는 힘인데 어떻게 그 역량을 개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과제를 누가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까.
미래지향적 대안 교육에 대한 고민 끝에 경산중앙교회는 2017년 ‘행복책N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행복책N꿈은 경산중앙교회의 부설기관으로 ‘책, 만남(Network), 꿈’을 상징한다. 책과의 만남을 통해 꿈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독서 프로젝트인 것이다. 독서는 또 하나의 학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꿈을 찾는 통로 역할을 한다. 성경적 가치관을 토대로 한 독서, 편향적 독서습관 지양을 위한 영역별 독서, 읽기·쓰기·말하기·듣기 능력의 향상을 위한 통합적 독서, 수준에 따른 단계별 독서가 핵심이다. 이를 통해 개인별로 독서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요즘 아이들은 가치를 글로 배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배려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면 배려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글로 배우지만 정작 가정과 학교에서 배려를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래서 가치를 몸으로 체득하는 교육을 지향한다. 배려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릴 뿐만 아니라 배려를 받아 따뜻함을 느끼고 배려를 함으로써 기쁨을 느끼게 하며 배려에 대한 삶에서의 경험과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 그 결과 배려는 하나님이 주시고 그가 기뻐하시는 가치이자 내 삶에서 일상화시켜야 할 따뜻한 가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행복책N꿈에서는 기독교 가치와 인문학적 소양 배양을 지향한다. 그래서 기독교 서적과 일반 양서들을 함께 제공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책을 싫어하는 아이라고 표현하는 학부모님이 있는데 이는 틀린 표현인 것 같다. 책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 책 읽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은 아이들, 책 읽는 기쁨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혼자 읽고, 함께 읽고, 책을 읽고 격려를 받고, 내가 재미있게 본 책을 소개하고, 좋은 책을 소개받고, 읽은 책에 대해 써 보는 활동을 통해 책읽기를 몸으로 배울 수 있다. 그 결과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행복책N꿈은 함께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혼자 자라는 아이들에게 형제, 자매가 생긴다. 대부분의 미션이 경쟁이 아닌 상생과 협력을 추구하기에 돕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 작은 공동체에서 함께 성공도 경험하고 실패도 경험한다. 매주 만나는 아이들이 수업 후에도 함께 뛰어놀며 놀이의 공동체가 된다. 교사는 잘못을 지적하기에 앞서 따뜻하게 안아주고 바라봄으로써 사랑에 근거한 훈육이 되도록 노력한다. 매주 어떤 가치를 나눴는지 가정에서 나눌 것을 권면하고 학부모 교육과 상담을 통해 같은 가치로 같이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생활의 편리함을 위한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반갑지만, 인공지능으로 인해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소식이나 기계가 인간보다 훨씬 빨리 배운다는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다. 먼 미래처럼 느껴지던 일들이 점점 빠르게 현실화되는 작금의 현실에 미래를 살아가야 할 다음세대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행복책N꿈을 통해 아이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하나님의 가치대로 판단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감정과 생각, 의지로 살아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