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해결하는 경제공동체 돼야”

입력 2019-11-22 00:02
사회적경제 활성화 토크콘서트 운영진이 2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고령화로 인한 농촌 붕괴와 양극화로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가운데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윤과 가치를 함께 추구하면서 회원과 공동체에 봉사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사회적경제’를 교회가 적극 받아들일 때 길이 열린다는 논의가 진행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사회봉사부와 ㈔예장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2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2019 사회적경제 활성화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사회적경제는 자본보다 사람을 우선한다는 원칙 아래 민주적 운영원리를 갖고 서로 도움이 되는 거래를 진행하며 나눔의 재분배 원리를 갖추는 경제를 말한다.

사회적경제를 이루는 4대 주체로는 공동 소유와 자발적 운영을 강조하는 협동조합, 공공의 이익에 기반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마을공동체에 뿌리내리고 지역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마을기업, 소외계층의 자립을 목표로 하는 자활기업 등이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전북 진안 좌포교회를 이끌다 지난 4월 사임하고 진안협동조합연구소를 개설한 한명재 목사가 ‘종교와 사회적경제’ 발제를 맡았다. 한 목사는 “70년대가 경제성장 및 민주화와 인권, 80~90년대가 절차적 민주화와 경제적 안정이 주제였다면, 지금은 평화 평등 생명 및 양극화 해소가 시대적 과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농촌에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시장이 붕괴하고 젊은 층 이탈이 가속화되며 마을 자체가 사라지고 교회마저 폐쇄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목사는 지역 교회의 사회적경제 품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14년간 사역한 좌포교회를 예로 들며 “교회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해결하는 경제공동체가 돼야 마을이 살아난다”고 밝혔다. 농촌에서 지속할 수 있는 교회가 되기 위해 좌포교회는 지역의 빈집, 논과 밭, 임야를 빌려 젊은 층을 이주시키고 밥상지기 협동조합을 만들어 협업농장을 운영한다. 절임배추 약초가공 발효 등 시설을 갖추고 청년혁신센터를 유치하며 별세한 주민들을 위한 수목장을 준비해 합동 추모예배를 한다.

경기도 용인 고기교회 안홍택 목사는 ‘416목공협동조합’ 사례를 소개했다. 예장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지원을 발판으로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목공을 배워 생명 안전의 희망을 담은 수제 목공 가구와 제품을 만드는 사업이다. 장애인과 함께 만드는 가톨릭의 위캔쿠키, 도시락과 반찬을 제공하는 불교의 행원사회적협동조합 등 타종교의 사례도 들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