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정치 편향 교육 의혹이 제기된 서울 관악구 소재 인헌고를 조사한 뒤 “특정 정치사상을 주입하거나 강요하는 교육 활동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교육청 조사에서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뉴스는 가짜다” “너 일베냐”는 인헌고 교사의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교육청의 판단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교육청은 21일 인헌고 특별장학 결과를 발표하고 “논란에 연루된 교사들에게 주의나 경고 등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고 특별감사도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교육이 없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육청은 지난달 22일 인헌고 학생수호연합(학수연) 소속 학생 개별 면담을 시작으로 인헌고 전체 학생(44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교원 면담 등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학생 설문조사 결과 교사가 “조국 뉴스는 가짜”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학생은 29명, “너 일베냐”는 물음을 들은 학생은 28명이었다. 반일 문구가 적힌 선언문 띠 제작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답한 학생은 21명, 교사들이 학내 마라톤 행사 때 반일 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했다고 느낀 학생은 97명이었다.
교육청은 “교사들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확인했으나 지속적·반복적·강압적으로 이뤄지는 특정 정치사상 주입이나 강요, 정치편향 교육활동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사 개인도 한 시민인 만큼 사회적 통념 내에서 사고하게 되는데, 이번 발언은 그 경계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특히 교사들이 마라톤 행사에서 반일 구호를 외치게 한 것과 관련해 “한·일 관계에 따른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학생들을 참여시키려는 취지에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들이 남다른 감수성으로 교사와 다른 시각을 지니고 행동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교총은 즉각 반발했다. 교총은 “공정성이 의심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오히려 학교 현장에 논란과 갈등이 퍼질 수 있다”며 인헌고 등 정치편향 논란이 불거진 학교에 대해 국회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