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은 한·미동맹 상징적 존재
한국은 물론 미국의 안보도 위한 것
감축 여부 떠나 자주국방 서둘러야
필리핀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9일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하거나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가능성을 열어뒀다. 얼마 전엔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보통의 미국인은 주한·주일미군이 왜 거기에 있는지 묻는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압박하기 위해 잇따라 주한미군 감축·철수 카드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에스퍼 장관은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1개 여단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며 “과장되거나 부정확하고, 거짓된 기사를 매일 본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 또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렇더라도 국방장관까지 나서서 한·미 동맹 상징인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은 유감이다. 미국 내에서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표를 겨냥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치적으로 내세우려 하더라도 국방장관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돈과 표에 눈이 어두워 그렇더라도 안보 담당 정책결정자들의 동맹에 대한 철학은 정권과 관계없이 변함이 없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보다 6배나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에 요구하는 것에 대해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에서도 비판 여론이 많다.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철수를 연계하는 것은 동맹 관계를 끊고 단순히 돈거래를 하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는 한반도나 동북아시아 안정은 물론 미국 본토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돈 문제로 여기고 있으나 돈으로만 따져도 주한미군의 존재는 미국에 결코 손해가 아니다. 만일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태평양 지역에 항공모함 전단을 더 많이 배치해야 이 지역 안정을 도모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비용이 몇 배 더 들 것이다. 마침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미국을 방문 중이다. 한·미동맹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오기 바란다. 아울러 한국도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거론된 이상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고 있는데도 한국은 미사일 사거리와 전략자산 배치 등에서 제한이 많다. 자체 방위력 증강을 서둘러야 한다.
[사설]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철수 카드, 동맹 훼손할 뿐
입력 2019-11-2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