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전석순] 김장이 끝난 다음

입력 2019-11-22 04:06

김장철이다 보니 거리에서 배추나 젓갈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춧가루를 고를 때도 꼼꼼한 시선으로 살펴보는 이들이 많다. 꼼꼼한 시선은 김장이 끝난 다음에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김장철은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는 하루에 1만6000t 가까이 된다. 처리 비용에만 연간 8000억원이 넘게 쓰이니 가볍게 볼 수치는 아니다. 일반 쓰레기의 80%가 건설현장이나 공장에서 나오는 것과 달리 음식물쓰레기는 70%가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나온다. 개개인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음식물쓰레기는 40% 정도는 사료로, 30% 정도는 퇴비로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소각하고 매립하는 비중은 6%에 그친다고 한다.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많은 시기는 추석 연휴라고 한다. 그 외에 수박처럼 수분이 많고 무거운 과일을 즐겨 먹는 여름철과 요즘이다. 그만큼 음식물쓰레기를 잘못 버리는 바람에 생기는 문제점도 자주 발견되고 있다. 이는 재활용의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악취 문제까지 안고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까지 오염시키기도 한다. 악취와 오염은 전자식별장치(RFID)를 활용한 음식물쓰레기 종량기가 확대되면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고 있지만 잘못된 배출은 다르다. 문제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는 ‘배출 방법과 시기를 모르기 때문’이다. 매일 나오는 음식물쓰레기지만 정작 올바르게 버리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가장 간단한 기준은 동물이 먹을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호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마늘, 양파, 콩, 옥수수의 껍질은 음식물쓰레기가 아니라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야 한다. 섬유질이 많아 분쇄가 어려워 사료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추씨, 대파와 미나리 뿌리도 단단하고 향이 강해 일반 쓰레기다. 껍질 중에서도 음식물쓰레기인 것도 있다. 대표적으로 사과, 귤, 바나나처럼 비교적 부드러운 것이다. 반면 파인애플이나 호두처럼 단단한 것은 일반 쓰레기다. 딱딱한지 부드러운지 헷갈리는 수박, 멜론 껍질은 음식물쓰레기로 분류하되 잘게 자르고 수분을 빼서 내놓아야 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크기에 따라 버리는 방법이 다른 경우도 있다. 배추와 무는 크면 일반 쓰레기, 잘게 자르면 음식물쓰레기다. 사람이 먹을 수 있으니 고추장도 음식물쓰레기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염분이 많아 사료로 쓰기 어렵다 보니 물에 희석해서 버리거나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과일의 씨나 달걀 껍데기, 동물의 뼈를 음식물쓰레기로 잘못 버리는 경우도 많다. 재활용을 방해하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음식물쓰레기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또 다른 어려움 중 하나는 지자체마다 다른 기준에 따른 혼란이다. 특히 김장철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김장쓰레기 전용 봉투를 따로 사야 하는 지역도 있고, 일시적으로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는 것을 허용하는 지역도 있다. 그마저도 20ℓ 봉투만 허용하기도 하고 50ℓ 봉투까지 가능하거나 10ℓ 이상이면 되는 지역까지 제각각이다. 종량제 봉투에 담되 스티커를 따로 부착해야 하는 곳이나 김장쓰레기임을 표시하기만 하면 되는 곳도 있다. 뿐만 아니라 수거하는 기간마저 다르다. 폐기물관리법에서 지자체가 정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보니 홈페이지나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확인하지 않으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일쑤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게 최선이겠지만 아예 만들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통계를 분석해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매일 370g의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셈이다. 그만큼 버리는 방법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 바탕에는 전입신고 하는 세대에 안내문을 통해 지역의 처리 방식과 기준을 알리고, 학교를 비롯한 각 기관에서 교육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리 기준을 통일시키는 방향도 고민해볼 만하다. 어쩌면 과태료 부과나 철저한 감시보다 우선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집집마다 맛있는 김치는 담그는 방법이 다 달라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을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요즘이다. 올해엔 김치를 잘 담그는 비법만큼이나 김장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란다. 잘 사서 쓰는 것만큼이나 이제는 잘 버리는 데에 주목할 차례다.

전석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