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항암제 CAR-T… “기존 항암제 대체 가능하다”

입력 2019-11-24 18:54 수정 2019-11-24 19:06

“CAR-T는 완전히 새로운 치료 개념입니다. 기존 항암제를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항암면역치료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말로니(David G. Maloney·사진)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 교수는 “면역세포치료제 CAR-T가 지닌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치료제의 등장이 암치료 현장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CAR-T는 표적 세포의 특정적인 항원을 인지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porter·CAR)를 T세포 표면에 삽입한 면역세포치료제다. 단 1회 투여만으로 급성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 완전 반응률을 80%까지 끌어올려 ‘기적의 항암제’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 8일 대한혈액학회 백혈병연관질환 국제학술대회 참석한 말로니 교수는 림프종, 백혈병, 골수종 치료에 CAR-T 세포치료를 더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에 대해 강연했다. 우리나라에선 허가되지 않았지만, 글로벌에서는 단독치료를 넘어 병합요법이나 부작용 감소 방안 등이 시도되고 있다.

말로니 교수는 CAR-T의 치료 효과와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기적의 항암제’라는 수식어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소아에서 빈발하는 급성림프구성백혈병(ALL)의 경우 CAR-T가 베스트라 말할 수 있다, 또 임상에서 CAR-T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기존 치료에서 실패해 더 이상 치료옵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각한 환자들에게 높은 효과를 나타낸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환자들의 50% 미만은 CAR-T로 완치되지 않고 여전히 다른 치료법이 요구된다. 어떤 환자에게는 기적의 효과를 보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기적은 아니다. 아직 추적기간도 1~2년뿐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확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말로니 교수에 따르면, CAR-T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는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의 약 40%, 급성림프구성백혈병(ALL)의 약 50~60% 정도다.

새로운 가능성도 내다봤다. 말로니 교수는 “초기 환자들의 1차 치료옵션으로 사용된다면 치료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혈액암 환자들의 마지막 선택지인 골수이식까지 가지 않도록 CAR-T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면역치료제가 항암제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초기 혈액암 환자들의 1차 치료제로도 CAR-T가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진입 장벽은 ‘가격’이다. 미국에서 이 치료제의 가격은 30~50만 달러(한화 약 3~6억 원, 1회 비용) 수준. 말로니 교수는 “여러 약제를 오랜 기간 사용하고도 완치가 어려운 기존 항암치료와 비교해 CAR-T가 1회 치료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아주 높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을 내리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면역 과다로 나타나는 사이토카인유리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 그리고 신경독성 등 부작용도 극복대상이다. 말로니 교수는 “일부 환자들에서는 심각한 의식저하나 발작이 나타나기도 해 경험이 많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장 등 장기 기능이 심하게 떨어져 독성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일 때는 권하지 않는다. 장기기능이 약한 상태에서 치료제 독성을 경험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다만 이때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재 81세 환자에게 시도해서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연령은 CAR-T의 제한점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