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첫날 KTX를 비롯한 여객열차들이 줄줄이 운행 중지되면서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불편함을 겪었다.
20일 오전 8시 서울역 대합실은 파업 여파로 평소보다 어수선했다. 전광판에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중지’ ‘열차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안내 문구가 떠 있었다. 역사 내에 배치된 알림판엔 파업 기간 운행이 중단되는 110편(상·하행 포함)의 열차 목록이 안내됐다.
오전 9시 이후 운행 취소된 열차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9시5분 출발 예정이던 마산행 KTX를 시작으로 부산·강릉행 KTX, 부산행 무궁화호 등 한 시간 사이 4편의 열차가 운행 중지됐다. 표가 매진되는 속도가 빨라졌다. 김혜숙(64)씨는 “9시25분 동대구행 KTX를 타려고 했는데 좌석이 동나 10시 이후 표를 끊었다. 혹시 원래 타려던 열차에 입석이 나는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에는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등 철도공사 자회사 노조가 함께 참여했다. 열차 안내, 발권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줄어 관련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 서울역 매표창구는 12곳 중 3곳만 정상 운영됐다. 시민들은 표를 끊는 데 2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출장을 자주 다닌다는 직장인 박준영(36)씨는 “평소보다 표를 끊는 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파업인 줄 알았으면 더 일찍 나올 걸 그랬다. 예상보다 도착시간이 늦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역 발권 창구에는 긴 줄이 생겼고, 대전역에서는 장애인 전용 발권 창구 운영 중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자동발매기나 스마트폰 앱 코레일톡을 이용해 달라는 현수막도 내걸렸다.
코레일 측은 오전 7~9시 출근시간대는 1, 3, 4호선 등 광역전철 운행률을 100%로, 출근시간 이후에는 평시 대비 82%로 운행했다. 84%로 운행된 오후 6~8시 퇴근시간대는 출근길보다 혼잡했다. 평소 3~6분이던 배차 간격이 7~8분으로 길어졌다. 여기에 열차 지연까지 잦아지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객들이 많았다. 철도 파업과 별개로 이날 오전 8시쯤 4호선 남태령역에서 전류 문제로 열차가 고장나 승객이 모두 하차하기도 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30~70% 감축 운행돼 대입 수시 논술과 면접고사 등을 앞둔 지방 수험생들이 불편을 겪게 될 전망이다. 21일부터는 출근시간대 광역전철 운행률이 92.5%로 떨어진다. 시민들의 출근길도 더욱 혼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구인 조민아 기자, 전국종합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