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 인사들도 혹평하는데… 靑 “진솔한 소통” 자화자찬

입력 2019-11-21 04:0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밤 서울 마포구 MBC미디어센터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마친 뒤 국민 패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사전 시나리오 없이 즉석 질의응답으로 진행돼 중구난방식이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연합뉴스

여권에서는 지난 19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감동’ ‘진솔한 소통’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사전 각본 없이 ‘타운홀(town hall) 미팅’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형식적 한계를 드러냈고, 문 대통령이 보여준 상황 인식이 민심과 동떨어졌다는 부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았다.

청와대는 ‘국민과의 대화’가 문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잘 보여준 자리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은 진심과 진정성인데 이를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끝날 때는 모두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박수를 크게 치는 걸 보면서 ‘우리 국민이 상당한 수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대통령의 소통 의지와 낮은 자세에 대한 호평이 나왔다. 표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엔 상상도 못하던 소통, 인정할 건 인정하자”며 “이제 임기 절반 시작, 미흡하고 부족한 부분 보완해서 우리 국민 모두 차별 없이, 억울함 없이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시길 기대하고 믿는다”고 적었다.

박용진 의원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허심탄회했고 진솔했다. 대통령의 낮은 자세는 참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은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 하고, 국민도 듣고 싶은 이야기를 못 들었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왔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참모들에게 “참석자의 질문을 다 듣겠다는 압박감 때문에 답변을 짧게 한 것이 아쉽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과의 대화’를 시작한 김대중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을 맡았던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핵심을 벗어나고 좀 산만해 보였다”며 “탁현민 전 행정관(현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의 말이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탁 위원은 자신이 청와대에 있었다면 ‘국민과의 대화’ 연출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인 출신인 한 민주당 의원도 “과거 국민과의 대화를 할 때는 질문을 분야별로 나눠 받았는데, 어제 행사는 즉석에서 질문자를 받다보니 중구난방식으로 진행됐다”며 형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는 고민정 대변인과 인터뷰하면서 “(대통령을) 시장에 밀어넣은 것”이라며 “말실수 하나가 큰 파급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 속에 들어가는 건 두려운 일이다. 이런 기획을 대통령한테 제안한 것 자체부터 잘못됐다”고 혹평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고 대변인이 라디오에 나와 행사를 호평한 것에 대해 “지금 청와대는 좀 이상하다. 그동안의 청와대와 달리 비서들이 왜 그렇게 매체에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형식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의 지적도 잇따랐다. 문 대통령은 전날 “부동산 문제는 자신있다”며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 지역 집값은 20주 넘게 상승 중이며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사람들의 좌절감도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심과 다소 동떨어진 답변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서울의 집값 상승을 언급하며 보유세와 양도세에 대한 질문이 매우 날카롭게 보였다”며 “대통령이 먼저 패널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한 뒤 설명하면 좋았을 텐데, 자칫하면 동문서답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신재희 박세환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