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이대로면 총선 두번 치르고 소멸… 새 보수정당 길 터줘야”

입력 2019-11-21 04:03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인터뷰 내내 신중하게 말을 골랐지만, 한국당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고언을 쏟아냈다. 김지훈 기자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7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국당의 해체를 촉구한 직후에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행위’라는 당내 비난이 터져 나왔다. 20일 국회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에서 당을 ‘역사의 민폐’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지금도 틀린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인터뷰 직전 황교안 대표가 단식투쟁을 선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 의원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당이 10년에 걸친 소멸의 길을 갈 것이냐, 한 달 만에 다시 태어날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며 당의 해체를 거듭 강조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자진 사임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에 일으킨 파장을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불출마 선언 이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응이 격렬한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저를 비판하는 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 그분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제 관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안한 것이고, 수용 여부에 대한 판단은 각자가 생각할 몫이다.”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 있었나.

“단일한 사안이 결정적이라기보다는 생각을 깊이 해야 할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금요일 윤평중 한신대 교수의 ‘자유한국당에 고함’이란 칼럼을 보고 이제 행동이 필요할 때가 된 것 아닌가 생각했다. 윤 교수의 칼럼과 김성찬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영향을 미쳤다.”(윤 교수 칼럼에는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사라졌어야 할 수구 정당”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좀비’란 단어를 비롯해 선언문의 표현이 심했다는 지적도 많다.

“20대 국회 들어서 용기 있게 발언한 몇몇 의원은 있었지만, 18대 국회 때 민본21(당시 한나라당 초선 의원 모임)과 같은 소장그룹의 활동은 전무했다. 저 혼자서 민본21의 10명 이상의 몫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통상적인 어휘로는 지금 상황의 절박함을 보일 수 없어서 표현 강도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했다. 그것 때문에 마음을 다친 분들이 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저는 그 표현이 지금도 틀린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을 해체하고 다시 꾸린다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말씀드렸다. 다음 수순에 대한 판단은 각자가 하면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어떤 분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하는데, 터는 좋은데 절이 회생 불가라 철거 후 신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제 황 대표와 청년과의 대화에서 쓴소리가 많이 나왔다.

“한국당에 감수성, 공감, 소통 능력이 없다는 지적은 제가 항상 했던 말이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면 이 정당은 소멸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두 번 정도의 총선을 치르고 나면 소멸할 것이라고 보는데, 새롭고 건강한 보수 정당이 들어올 공간을 열어주지 않고 막아서면 안 된다. 원초적 생존 본능만 남고 외부 환경 변화를 인지하는 능력은 제로가 된 상태에서 버티면 그게 역사의 민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해체밖에 답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보수 세력의 재건은 어떻게 해야 가능하다고 보나.

“10년에 걸친 소멸의 길을 갈 것이냐, 한 달 만에 다시 태어날 거냐는 문제 제기를 그래서 한 것이다. 새가 양쪽 날개로 날아야 하는데 한쪽 날개가 꺾인 상태로는 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자체가 추락할 것이다. 수권 정당은 오른쪽 끝에 치우쳐서는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중도로 깊숙하게 들어와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보수 통합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현재까지 경과만 놓고 보면 전망은 밝지 않다. 통합이 안 됐을 때를 대비한 강도 높고 선제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내년 5월 29일 임기 마지막 날까지만 생각하고 이 안에 당이 거듭 태어나는 데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 당내 세력화도 구체적으로 고민해본 바는 없다.”

심희정 심우삼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