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7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국당의 해체를 촉구한 직후에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행위’라는 당내 비난이 터져 나왔다. 20일 국회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에서 당을 ‘역사의 민폐’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지금도 틀린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인터뷰 직전 황교안 대표가 단식투쟁을 선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 의원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당이 10년에 걸친 소멸의 길을 갈 것이냐, 한 달 만에 다시 태어날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며 당의 해체를 거듭 강조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자진 사임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에 일으킨 파장을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불출마 선언 이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응이 격렬한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저를 비판하는 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 그분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제 관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안한 것이고, 수용 여부에 대한 판단은 각자가 생각할 몫이다.”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 있었나.
“단일한 사안이 결정적이라기보다는 생각을 깊이 해야 할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금요일 윤평중 한신대 교수의 ‘자유한국당에 고함’이란 칼럼을 보고 이제 행동이 필요할 때가 된 것 아닌가 생각했다. 윤 교수의 칼럼과 김성찬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영향을 미쳤다.”(윤 교수 칼럼에는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사라졌어야 할 수구 정당”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좀비’란 단어를 비롯해 선언문의 표현이 심했다는 지적도 많다.
“20대 국회 들어서 용기 있게 발언한 몇몇 의원은 있었지만, 18대 국회 때 민본21(당시 한나라당 초선 의원 모임)과 같은 소장그룹의 활동은 전무했다. 저 혼자서 민본21의 10명 이상의 몫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통상적인 어휘로는 지금 상황의 절박함을 보일 수 없어서 표현 강도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했다. 그것 때문에 마음을 다친 분들이 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저는 그 표현이 지금도 틀린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을 해체하고 다시 꾸린다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말씀드렸다. 다음 수순에 대한 판단은 각자가 하면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어떤 분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하는데, 터는 좋은데 절이 회생 불가라 철거 후 신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제 황 대표와 청년과의 대화에서 쓴소리가 많이 나왔다.
“한국당에 감수성, 공감, 소통 능력이 없다는 지적은 제가 항상 했던 말이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면 이 정당은 소멸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두 번 정도의 총선을 치르고 나면 소멸할 것이라고 보는데, 새롭고 건강한 보수 정당이 들어올 공간을 열어주지 않고 막아서면 안 된다. 원초적 생존 본능만 남고 외부 환경 변화를 인지하는 능력은 제로가 된 상태에서 버티면 그게 역사의 민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해체밖에 답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보수 세력의 재건은 어떻게 해야 가능하다고 보나.
“10년에 걸친 소멸의 길을 갈 것이냐, 한 달 만에 다시 태어날 거냐는 문제 제기를 그래서 한 것이다. 새가 양쪽 날개로 날아야 하는데 한쪽 날개가 꺾인 상태로는 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자체가 추락할 것이다. 수권 정당은 오른쪽 끝에 치우쳐서는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중도로 깊숙하게 들어와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보수 통합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현재까지 경과만 놓고 보면 전망은 밝지 않다. 통합이 안 됐을 때를 대비한 강도 높고 선제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내년 5월 29일 임기 마지막 날까지만 생각하고 이 안에 당이 거듭 태어나는 데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 당내 세력화도 구체적으로 고민해본 바는 없다.”
심희정 심우삼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