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서도 ‘홍콩 인권법’ 통과… 미·중 무역협상 ‘돌발변수’

입력 2019-11-21 04:07
시민들이 19일 홍콩 이공대 캠퍼스 인근 침사추이 지역의 솔즈베리 가든에서 팻말과 휴대전화를 들고 시위대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가 이공대를 마지막 거점으로 삼아 저항하자 캠퍼스를 완전 봉쇄하는 고립 작전에 들어갔고 20일 현재 이공대 내에는 100명 안팎의 시위대만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FP연합뉴스

미국 상원이 19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미·중 사이에 인권 문제라는 돌발변수가 추가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내정간섭이라며 미국이 이 법안을 중단하지 않으면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당인 공화당 상원의원들까지 홍콩 인권법안에 전원 찬성하면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은 의미가 크다. 트럼프 행정부에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 하원도 지난달 15일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상·하원은 양 법안의 차이점을 조율한 뒤 최종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낼 예정이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이 통과시킨 이 법안에 서명할지,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 상원은 이날 또 최루탄과 최루액(페퍼 스프레이), 고무탄, 전기충격 등 시위 진압 물품을 홍콩 경찰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상원은 궁극적으로 올해 말 국방수권법(NDAA) 개정을 기대하고 있다. 법안이 개정되면 미 국무부는 최소 1년에 한 번,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유지할 만큼 홍콩이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미국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홍콩을 특별대우해 왔다. 홍콩 인권 탄압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0일 임시 대사 대리인 윌리엄 클라인 주중 미국대사관 공사 참사관을 초치해 홍콩 인권법안 통과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마 부부장은 이 자리에서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 사무는 순수하게 중국 내정에 속한다”며 “어떠한 외국 정부와 외국 세력도 간섭하도록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즉시 이 법안 추진과 홍콩 사무 및 중국 내정 간섭을 중단하기를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반드시 최선을 다해 반격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켜 홍콩에 공공연히 개입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한 것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규탄하며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인권법안을 둘러싼 미·중의 충돌은 무역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회의를 앞두고 “중국은 내가 좋아하는 합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우리가 중국과 합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저 관세를 더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날 인디애나폴리스 지역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 폭력 사태가 무역합의를 매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1단계 합의’에 진전을 이뤘지만, 세부 내용 협상은 여전히 교착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이 지난 5월 결렬된 합의안을 바탕으로 1단계 무역합의에서 관세를 얼마나 철회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측은 지난 5월 이후 부과된 모든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그 전에 부과된 관세는 점진적인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