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사법처리 우려… 강경 경찰청장, 200여명 폭동죄 기소

입력 2019-11-21 04:08 수정 2019-11-21 10:04
홍콩 이공대 부근에서 경찰에 검거된 시위대. AFP연합뉴스



홍콩 학생 시위대의 ‘최후의 보루’인 이공대 진압이 현실화되면서 현장에서 검거된 시위대의 대규모 사법 처리가 우려된다. 신임 경찰청장은 취임 후 첫 조치로 200여명을 폭동죄로 기소하기로 했다.

지난 17일 이후 이공대와 주변 시위에서 검거된 인원이 1100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동죄 기소 건수는 무더기로 늘어날 수 있다. 이공대에는 아직 100명 안팎의 학생들이 남아 저항하고 있고, 도심에선 교통방해 시위도 벌어졌지만 기세는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홍콩 경찰은 몽콕과 침사추이 등 이공대 인근에서 벌어진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213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된 시위대는 석방을 허용하지 않고, 모두 폭동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파인 크리스 탕이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 취임 후 내놓은 첫 조치로서 세력이 약화되는 시위대의 기를 꺾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경찰이 지난 17일 오후부터 이공대를 전면 봉쇄하고 진압 작전을 펼치자 18일 오후 이공대 인근에서 격렬한 지원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이공대에서 저항했던 이들은 물론 인근 지원 시위 도중 검거된 이들까지 전원 폭동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폭동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9월 29일 도심 시위 때도 96명에게 폭동 혐의가 적용됐었다.

이공대에는 60~100명가량의 시위대가 교내 체육관 등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밤 40여명의 응급구조요원이 떠나면서 이공대 교내에는 시위대만 남아있다. 이들은 캠퍼스 바닥에 흰색 페인트로 구조를 요청하는 ‘SOS’ 표시를 커다랗게 만들어 놓고 소셜미디어에는 자신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홍콩 전역을 마비시키는 운동을 벌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오전 홍콩 곳곳에서는 ‘여명 행동’으로 불리는 출근길 대중교통 방해운동이 벌어져 지하철 6개 노선 운행이 차질을 빚었고 틴수이와이와 위안랑 지하철역 등이 폐쇄됐다. 초·중·고등학교에 내려졌던 휴교령이 해제된 가운데 일부 고등학생들은 쿤통 지역에서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홍콩 고등법원은 전날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영국 의회의 인권상인 웨스트민스터상을 받기 위해 신청한 출국 신청을 불허했다. 법원은 불법 집회 조직 혐의로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웡에 대해 “도주할 위험이 크다”고 불허 이유를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