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생활고’ 내몰렸나… 인천 임대아파트서 또 일가족 비극

입력 2019-11-21 04:09

인천 계양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40대 어머니와 20대 남매 등 일가족 3명과 함께 살던 딸의 친구 등 4명이 한꺼번에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40대 여성은 이혼한 뒤 지난해 9월 실직했으며, 그동안 마땅한 벌이 없이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인천 계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40분쯤 인천시 계양구 소재 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 A씨(49)와 A씨의 20대 자녀 2명, 딸의 친구 B양(19) 등 모두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소방대원이 발견했다. 소방 당국은 “온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찾아왔는데 집 내부에 인기척이 없다”는 A씨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가스에 질식해 숨져 있는 이들을 발견했다.

A씨 지인의 신고를 받은 계양소방서119구조대는 장비 9대와 대원 25명을 동원해 출동해 집안 현관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시신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숨진 시간을 19일 0시부터 낮 12시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사망자 중 A씨 자녀는 20대 아들(24)과 딸(20)이었으며, B양은 몇 달 전부터 함께 살던 딸의 친구로 확인됐다. 방안에는 저마다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4장이 발견됐다. A씨 유서에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함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심정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수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자녀 둘과 함께 생활하다가 지난해 9월 다니던 직장까지 잃으면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들은 직업이 없는 상태였고, 딸은 다니던 대학을 휴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실직 뒤 계양구에 주거급여를 신청해 같은해 11월부터 급여 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계양3동주민센터 관계자는 “A씨는 기초생활수급대상은 아니지만, 저소득 한부모가정으로 아파트 임대료를 지원받는 주거급여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주거급여는 계속 지원됐으며 차상위계층으로 관리되긴 했지만, 모니터링 대상은 아니었다”고 했다. 또 “임대료는 토지주택공사(LH)로 바로 입금시켰으며, 문화바우처 정부양곡 전기·도시가스요금감면 등 혜택도 제공했다”면서 “그렇지만 생활비가 없어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파트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관리비나 전기료 같은 공과금도 한번도 밀린 적이 없어 생활고를 겪는지 몰랐다”고 전했다. 아파트 경비원은 “이틀 전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딸과 함께 평소처럼 외출하는 A씨 모습을 봤다. 비보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관계자는 “외부침입 흔적이나 특이사항은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본다”면서 “고정적 수입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복지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사건은 아닌 걸로 추정한다”고 했다.

경찰은 A씨 일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딸의 친구인 B양은 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