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식 말고 정치를 하라

입력 2019-11-21 04:01
국회가 가장 분주하게 일해야 할 때 정치 멈춰 세우며 뜬금없는 단식투쟁
이해하기 어려운 ‘황교안 스타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투쟁 선언은 갑작스러웠다. 그리고 의아했다. 이렇게 극단적인 방식을 택할 때는 “그래서 결국 단식까지…” 하는 공감이 자연스레 이뤄져야 하는 법인데, ‘그래서’가 무언지 모호한 탓에 “왜 하는데?”라는 궁금증이 먼저 일었다. 아침에 단식 결정이 알려지고 오후에 단식 기자회견이 열릴 때까지 언론은 단식의 이유를 해석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소미아 종료를 막기 위한 것이다,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의 폐기를 끌어내려는 것이다 등등의 추측이 이어졌고, 이런 것을 다 묶어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다른 정당은 물론이고 당 내부에서도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이냐’는 식의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쯤 되면 투쟁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 투쟁의 수위를 높이는 까닭은 더 많은 공감을 끌어내기 위함인데, 단식이라는 최고 수위의 방법을 꺼내면서도 그것을 얻어내지 못했다.

결국 그가 밝힌 단식 이유는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의 세 가지였다. 안보, 사법, 정치 이슈를 망라했다. 어느 것 하나 단식투쟁 사유로 적절한지 의심스럽다. 안보는 정파를 떠나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선거법은 타협으로 해결할 게임의 룰인데, 그 협상을 위해 이미 많은 시간이 주어졌고 아직도 남아 있지 않은가. 공수처 역시 법안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을 일이지 검찰권 분산이란 대전제까지 가로막을 사안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국회가 가장 분주하게 일해야 할 시기다. 민생과 직결된 예산안을 꼼꼼히 심의하고 그동안 싸우느라 묵혀뒀던 숱한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때에 황 대표는 단식 카드를 불쑥 꺼내며 정치를 다시 멈춰 세우려 하고 있다. 또 무엇보다 ‘철회’와 ‘포기’라는 요구의 방식이 쓴웃음을 자아낸다. 이런다고 청와대와 여당이 철회하고 포기하겠나. 국민이 조율과 협상과 타협을 원하는 21세기에 상대의 굴복을 주문하는 ‘쌍팔년도’ 스타일의 투쟁을 들고 나왔다.

단식의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에 최근 불거진 당내 리더십 위기의 타개책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인재 영입, 보수통합, 영수회담 등 꺼내는 카드마다 별 효과가 없던 터에 당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한국당과 보수 정치를 쇄신하라는 요구에 단식투쟁이란 동문서답을 한 상황이 됐다. 국회와 당에 처리하고 뜯어고쳐야 할 문제가 쌓여 있다. 지금은 단식이 아니라 정치를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