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내년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무디스가 부정적 전망을 붙인 곳은 SK텔레콤 LG화학 SK이노베이션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SK하이닉스 이마트 KCC 등 한국의 간판 대기업들이다.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매기는 24곳 가운데 14곳의 등급이 한꺼번에 떨어질 판이다. 경기 침체와 무역환경 악화로 이익이 줄고 차입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인들이 입만 열면 읊조리는 “문제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이다”는 말이 엄살이 아니다. 무디스는 내년 경제성장률도 올해 전망치(2.0%)와 비슷한 2.1%로 내다봤다. 정부 예상치 2.5~2.6%는 물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2.3%보다 크게 낮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세계경기 동반둔화 흐름 속에서도 한국 경제 성적은 견고하다”는 정책브리핑을 내놨다. 연구원은 “성장률은 주요국 대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고용은 양과 질 모두 뚜렷한 회복 흐름 속 고용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고 실업률도 개선 중”이라고 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2.1%로 예상되는 미국보다 낮게 된다. 그뿐 아니라 애초 정부가 전망한 2.8% 성장률이 실제로는 1%대로 급락하게 생겼다. 그런데도 ‘경제가 견고하다’는 건 언어도단이다. 한국은행 총재마저 저성장 속 물가하락이 지속되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공식 석상에서 제기할 정도다. 높아진 고용률도 대부분 재정을 퍼부어 만든 노인 일자리와 임시직 덕분이라는 건 통계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민주연구원은 실제 경제는 견고한데 국민들이 체감을 못한다며 그것을 언론과 전문가 탓으로 돌렸다. 언론과 전문가 등이 부정적 요인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객관적 사실을 균형적으로 조명하지 못하는 ‘경제의 정쟁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가격이 하향 안정화하고 있다며 부동산정책에 자신이 있다고 호언했다.
총선을 앞두고 빈약한 성과를 부풀리려는 여권의 급박함은 알지만 이렇게까지 현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윽박지르고 우긴다고 현실이 바뀌는 게 아니다.
[사설] 경제는 견고한데 언론과 전문가 때문에 체감 안 된다니
입력 2019-11-2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