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부동산 열풍에 휩싸였다. 해운대의 아파트 입주권 프리미엄은 하루 새 1억원이 오르고, 더 큰 상승을 기대하는 집주인이 계약금의 2배를 물어주며 매매를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거래를 규제하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한 지 불과 열흘 남짓 만에 부산은 딴 세상이 됐다. 함께 해제된 경기 과천 등도 비슷한 풍선효과에 들썩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로 규제를 더 강화한 서울 역시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주 서울 집값은 20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고 상한제의 타깃인 강남권은 상승폭이 더 컸다. 매수우위지수는 119.1로 전 주보다 5포인트 높아졌다. 100이면 매도세와 매수세가 균형 상태라는 뜻인데, 120에 육박했다는 건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그만큼 더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규제를 풀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집값이 오르고 규제를 강화했더니 비웃듯이 또 오르고 있다. 국민일보가 대전 대구 광주 등지의 ‘부동산 가격 상승 추적기’를 연재하며 취재한 어느 부동산업자의 말은 이런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었다. “투기꾼들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가지고 놀더라.”
정부는 “투기세력 때문에 집값이 뛴다”는 진단을 대전제로 부동산 정책을 펴 왔다. 대전 대구 울산을 거쳐 지금 해운대로 가고 있는 임장(부동산 현장 둘러보기) 버스 행렬을 보면 정부가 2년여 투기와의 전쟁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스무 차례 가까이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도 잡히지 않는 투기라면 그것은 특정 세력을 넘어 더 구조적이고 더 광범위한 문제라고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일 테다. 본보 취재진이 만난 부동산업계 인사는 “주택 매수 행렬에 주민번호 앞자리가 7과 8인 사람이 많더라”고 했다. 70년대와 80년대생, 즉 30대와 40대가 부동산 투자에 앞다퉈 뛰어든다는 얘기였다. 우후죽순 열리는 부동산 강연회 청중도 이 연령층이 주류가 됐는데, 이유는 부동산을 거의 유일한 계층이동 사다리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리 규제를 쏟아내도 내성만 쌓여가는 부동산 시장의 본질적인 문제는 이것일지 모른다. 부동산 말고는 희망이 안 보이는 사회경제 구조가 사람들을 아파트 투자로, 또 투기로 내모는 상황에 대해서부터 다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듯하다.
[사설] 부동산이 유일한 계층이동 사다리로 여겨지는 현실
입력 2019-11-20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