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실력 면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도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 트로피 탈환에 실패했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유럽과 중국에 결승 무대를 내줬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의 잇따른 국제대회에서의 실패가 예상됐던 참사라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그간의 선전이 기적이었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제는 단순히 선수들의 개인 기량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시대란 평가가 나온다.
LoL은 최근 출시 10주년을 맞았다. 프로 대회는 점점 고도화, 체계화되고 있다. 자연스레 요구되는 지원 인력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육성군 코치, 심리 전담 코치, 데이터 분석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을 닮아가고 있다. 트랙 위를 질주하는 건 드라이버 1명이지만, 최선의 환경에서 달릴 수 있게끔 돕는 인원은 수백 명에 달한다. 게임도 그런 시대가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제 대회에서 맹위를 떨쳤던 유럽의 G2 e스포츠에는 분석가를 포함해 10명 내외의 코치가 있다고 한다. 중국에는 포지션별로 코치를 여럿 두는 팀도 있다. 한국팀은 보통 3~5명의 코칭스태프를 고용한다. 이들이 해외 팀과 맞붙을 땐 2배 이상 인원과 두뇌 싸움을 해야하는 셈이다.
데이터 분석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외를 오가며 감독 생활을 해온 한 지도자는 “한국은 지도 방식이나 분석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데이터를 신뢰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면서 “국내에도 데이터 분석가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지도자가 그 데이터를 쓸모없다고 생각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 데이터 분석가는 선수들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데이터를 근거로 한 전략을 선수들에게 밀어붙일 수 있는 지도자가 국내에 많지 않다. 선수들 또한 데이터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경기 결과를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감독의 심정도 이해는 한다”고 아쉬워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한 팀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가 등 비(非) 경기 인원보다 선수의 중요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는 “펀플러스가 코치진 덕분에 롤드컵 우승을 했다고 보는가”라면서 “중국 A팀이나 B팀은 코치가 많은 걸로 유명하다. 그런데 두 팀 다 롤드컵 문턱도 못 밟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팀들은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구체적 성과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점점 벌어지는 육성 인프라 격차는 업계 최대 고민거리다. 중국에는 이미 유망주끼리 실력을 겨루는 리그가 활성화되어 있다. 중국 팀들은 1군 무대에서 만개할지 알 수 없는 10대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의 몸값으로 수억원을 지불한다.
국내 팀 관계자는 “중국팀이 공식전 출전 경험도 없는 우리 연습생을 영입하기 위해 3억~5억원의 이적료를 제안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금은 자신하는 선수 경쟁력조차 언제 따라잡힐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