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하나”… 작년 개혁안과 정반대

입력 2019-11-19 04:03 수정 2019-11-19 09:09

법무부의 ‘주요 수사 사전보고’ 지침을 둘러싼 검찰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 내에선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줄여가던 검찰 개혁의 방향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과 사전 협의 없이 해당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법무부는 여전히 “대검과 협의해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법무부는 지난 8일 전국 검찰청의 인지 및 직접수사 부서 41곳을 축소하고, 검찰총장이 수사 중 사안에 대해 단계별로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토록 하는 검찰개혁 관련 개정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 대검은 이를 지난 11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고, 보고 내용을 수차례 법무부에 요청해 지난 12일에야 받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커지자 법무부는 지난 14일 뒤늦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검찰총장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단계별로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토록 하는 내용으로 검찰사무보고규칙안을 개정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대검이 확인한 대통령 보고 문건에는 ‘검찰총장 사전보고를 전제로 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이 필요하다’ ‘보고 대상을 구체화해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검 관계자는 18일 “법무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과 배치된 해명을 하는 건 거짓 해명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검은 법무부에 ‘언론과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원문을 공개하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의 한 간부는 “법무부의 해명은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대통령에게 보고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협의를 하겠다는 원론적 말씀만 드릴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표면적으로 검찰의 집단 반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법무부에 대한 반감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대검 산하 검찰개혁위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서면으로 검찰총장을 지휘하고, 각급 검찰청 장은 개별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줄이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법무부에도 전달하고 함께 추진해가고 있었는데, 불과 1년 반 만에 법무부가 방침을 바꿨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대검 소속 박영진 부장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에 “1996년 이후 국회에 제안된 검찰청법 개정안은 정권 성향이나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 확보를 위해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을 폐지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이지 이를 강화하는 개정안은 전혀 없었다”며 “이제는 법무부에서 검찰을 직접, 더 많이 통제해야 한다고 하니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고 썼다.

대검은 그러나 법무부가 이런 개정안을 계속 추진할 경우 검찰이 제지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대검은 합의 기구가 아닌 협의 기구라는 한계 때문이다.

한편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는 이날 “대검의 조직·인사와 관련한 문제점(정원 외 운영, 비직제기구)을 즉시 시정하고, 정례화된 감사원 감사를 통해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라”고 8차 권고안을 냈다. 그간 감사원은 검찰청에 대해 법무부 기관운영 감사나 특정 분야 감사 과정에서 부분적인 점검을 해왔다. 지난해 대검과 인천지검, 인천지검 부천지청을 감사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