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위원회가 있는지, 언제 만들어졌는지 잘 몰랐다. 회의록은 적당히 써 왔고, 이마저도 자료 공개를 꺼렸다. 위원들은 ‘제 식구’가 태반이었고, 의안은 90%가 그대로 통과됐다.”
전북지역 시·군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가 불투명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도내 14개 시 군 교육지원청의 각종 위원회 구성과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18일 밝혔다.
시민연대는 먼저 각 교육지원청이 기관 내에 어떤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고, 언제 설치됐는지 등 기본적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민연대가 지속적으로 추가 공개를 계속 요구했음에도 공개율은 평균 57%를 넘지 않았다. 이름을 공개한 전체 290개 위원회 가운데 48곳은 설치 연도를 적지 않았다.
지난해 1년간 회의록에 대한 공개 요청에 대해서는 공개율이 40%가 넘은 시 군 교육청이 1곳도 없었다. 전주교육지원청의 경우 전체 35곳 가운데 9곳(25.7%)의 회의록만을 공개했다. 임실의 민관협력발전위원회와 장수의 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는 출석 회의를 개최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의록이 없었다.
또 각 위원회 위원은 소속 직원이 절반이 넘었다. 인명 현황을 공개한 175개 위원회를 분석한 결과, 내부 인원 비율이 50%가 넘는 위원회가 99곳(56.5%)이나 됐다.
수장인 위원장은 대상 위원회의 89.5%가 교육장(11%)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교원을 포함한 시민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안건의 10건 중 9건 이상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최근 5년간 의안 7334건 중 91.4%가 원안 가결됐고 부결된 안은 4.8%에 그쳤다. 작성된 회의록의 형식도 지역별로, 위원회별로 서로 달랐다. 위원들간에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표결 결과는 어땠는지 등을 상세히 알 수 없는 회의록이 다반사였다.
교육지원청별 위원회 운영 규모도 차이가 컸다. 시 단위의 경우 적게는 17개(남원), 많게는 35개(전주)의 명패가 있었다. 군 단위는 12개(무주)에서 26개(고창)까지 간판을 만들어 놨다.
시민연대는 “다양한 시민의 의견이 교류되고 수렴하는 이들 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지원청별로 정밀 점검을 통해 체계적인 관리와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보공개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와 회의록 작성, 공무원 위주 위원 구성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