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심 곳곳에서 18일에도 시위대와 경찰 간 극한 충돌이 이어졌다. 특히 학생 시위대가 ‘최후의 보루’로 삼고 있는 홍콩 이공대학은 가스통이 터지고 화재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최루탄과 화염병, 벽돌이 난무하는 거리에서 피를 흘리며 경찰에 끌려가는 시위대 등 홍콩은 아비규환 상황이다.
홍콩 경찰은 이날 오전 5시30분쯤 학생 시위대가 점거한 채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홍콩 이공대 교정으로 들어가 시위대 해산을 위한 진압 작전에 착수했다. 시위대는 자체 제작한 투석기로 화염병이나 벽돌 등을 발사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시위대가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해 불을 질러 교정 곳곳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폭발음도 들렸다.
경찰은 최루탄 외에 물대포 차 2대도 동원해 파란색의 물줄기를 쏘며 교정 진입을 시도했다. 시위대는 장갑차가 이공대 교정으로 진입하려하자 화염병을 던져 불태웠다. 경찰은 시위 시작 후 처음으로 ‘음향 대포’로 불리는 장거리 음향장치(LARD)도 사용했다. 음향 대포는 최대 500m 거리에서 150㏈ 안팎의 음파를 쏴 고막이 찢어질 듯한 아픔과 구토, 어지러움 등을 유발한다.
경찰은 한때 교정 내부에 들어갔으나 시위대의 저항이 워낙 거세 다시 후퇴했다. 이공대 시위 현장에는 조만간 경찰 총수 자리에 오르는 ‘강경파’ 크리스 탕 경찰청 차장이 나와 진입 작전을 진두지휘했다.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이공대에서 일부 강경파 학생들은 유서를 써 놓고 경찰과 대치하며 ‘결사 항전’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교 측 관계자는 “일부 학생은 정신적으로 붕괴해 있고 일부는 공황 상태”라며 “사태를 더 끌고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시위대가 비축해 둔 음식 등 물자도 바닥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생들은 이공대를 빠져나오려다 경찰에 검거됐다. 교내 진출입을 차단하고 있는 경찰은 검거한 시위대를 폭동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홍콩 시내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시위가 벌어져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일부 병원에서도 업무 차질이 빚어졌고, 중국공상은행은 일부 지점의 문을 닫았다. 시위가 격화된 전날 저녁부터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연결하는 크로스하버도 폐쇄됐다. 지하철도 곳곳에서 운행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었다.
시위 사태가 격화하자 홍콩 교육 당국은 홍콩 내 모든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에 내린 휴교령을 19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유치원과 장애아 학교의 경우 휴교령은 24일까지로 연장됐다.
중국 정부의 강경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홍콩과 인접한 광저우에서 대규모 테러 진압훈련을 했다. 홍콩에 주둔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특전부대가 거리 청소를 명목으로 ‘위력 시위’를 한데 이어 홍콩 시위대를 향한 경고로 풀이된다.
그리스 국빈 방문과 브라질의 브릭스(BRICS·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를 마치고 전날 베이징으로 돌아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에 대한 어떤 강경책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시 주석은 이례적으로 해외 순방 중에 홍콩 문제를 언급했었다.
시 주석의 발언 이후 중국 관영매체들은 연일 홍콩 시위애 대한 강경대응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어 홍콩 정부가 더욱 거칠게 시위진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8일에도 사흘 연속 1면 논평을 통해 홍콩 시위대를 강력히 비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