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5일 앞둔 한·일 정부가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강한 압박에도 한·일 양국이 서로 평행선만 달리고 있어 한·일 지소미아는 사실상 종료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지소미아 문제와 관련해 “현재 진행되는 것으로 봐선 다른 변화가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한·일,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참석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한·일 양측이 서로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의 대화 내용을 전하면서 “속시원한 답은 못 들었다”며 “평행선을 달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는 사실 국방부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기보다는 양국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도 설명했다.
미국의 압박도 소용이 없었다. 정 장관은 “미국은 우리에게만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마무리 단계에서 한국과 일본 측에 ‘정부에 잘 이야기해서 지소미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오는 23일 0시에 한·일 지소미아가 공식 종료되더라도 한·일 간 군사정보 교환이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 15일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후 공동성명을 통해 “고위급 정책협의, 연합훈련, 정보공유, 인적교류활동을 포함한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일각에서는 한·일 지소미아 체결 2년 전인 2014년 12월 맺은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지소미아를 통해 비교적 중요한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는 점도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배경이었다.
하지만 한·일 양측이 상대방의 군사정보를 자국 정보처럼 보호하며 교환하기 위한 지소미아 종료 이후엔 신속한 정보 교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 TISA는 한·일 양국이 미국을 거쳐 군사정보를 교환하도록 돼 있다. 현재 한·일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또는 미사일 시험발사 후 대면회의, 보안전화, 문서교환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데, 지소미아 종료 이후엔 이러한 양국 직접 대화채널이 닫힐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TISA는 국제법상 조약의 효력에 못 미치는 약정이라는 점도 한계다. 한 군사전문가는 “미국이 TISA를 통해 충분한 한·미·일 군사협력을 할 수 있다고 봤으면 이렇게까지 지소미아를 유지하라는 압박을 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이달 초 동해에서 훈련 중이던 한국 함정에 대한 ‘근접 비행’을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다만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당시 한국 함정과 일본 초계기 간 교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며 군사적 긴장 고조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군 관계자는 18일 “초계기는 한국 함정과 교신 후 되돌아갔다”며 “초계기의 위협 비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